[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가 국립 중앙의료원(NMC) 인턴 전형에 지원한 것과 관련해 조선·중앙·문화일보 등 보수신문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조 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렸으며 공정한 인턴 면접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씨는 인턴 전형에서 탈락했으며 피부과 레지던트 증원은 지난해 말 결정된 사안이다. 중앙의료원은 “중앙일보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28일 <조민의 신의 한 수> 칼럼에서 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인원 증원을 두고 “‘조민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뒷말과 의혹이 제기된다”고 썼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의 <조민의 신의 한 수> 칼럼

안 논설위원은 “분명한 건 올해 코로나를 앞세워 피부과 정원을 늘려 놓으면 조 씨가 레지던트에 지원하는 내년엔 그만큼 문이 넓어진다”며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정기현 NMC 원장을 통해 그 빚을 갚으려 한다’는 수군거림이 그저 일부 예민한 의사들의 망상이길 바란다. 조민 하나 의사 만들자고 대입 공정성 붕괴로도 모자라 이젠 의료진 선발 공정성까지 무너뜨릴 판이라 하는 소리”라고 썼다.

안 논설위원은 “의대생들 사이에서 NMC는 피부과로 인기가 높다”며 “NMC는 억대의 레이저 시술 장비를 갖추고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립’ 병원이라 강남의 유명 피부과와 비교할 수 없이 싼 가격에 시술이 이뤄진다. 조씨 입장에서 일단 진입장벽이 낮을 뿐더러 향후 피부과 개원을 원한다면 더없이 좋은 병원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안 논설위원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의 인턴 지원은 지난달 중순 이뤄졌지만 중앙의료원 레지던트 인원 증원은 지난해 11월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조 씨가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을 치르기도 전이었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는 인턴 지원 과정에서 희망 부서를 정하지 않는다. 인턴 의사들은 여러 부서에서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또 조 씨가 레지던트 과정에서 피부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예언에 가깝다. 조국 전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제 딸은 인턴 지원 시 ‘피부과’를 신청 또는 희망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에서 “조민 씨는 인턴에 합격하더라도 1년 간 인턴 수련을 거쳐야 한다”며 “올해 배정된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은 시기적으로도 조민 씨의 전공 선택과 무관하여 정책적 정원 배정으로 인한 혜택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앙의료원은 “특정 개인의 인턴 지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전공의 정원 변화를 엮은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억측”이라며 “중앙일보와 안혜리 기자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칼럼은) 잠깐만 확인해 봐도 답이 나오는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의는 “(안 논설위원의 주장은) 조 씨가 의사국시를 패스하고 NMC에 지원서를 냈을 때, (복지부가) 그 소식을 접하고선 정원을 서둘러 늘려놨어야 앞뒤가 맞다”면서 “시간 관계가 반대다. 복지부가 조 씨가 한 달 반 후에 의사 국시에 합격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미리 NMC에 지원할 것까지 콕 집어서 TO를 늘려놨다는 얘기인가”라고 했다.

이 전문의는 “레지던트 TO는 내년에 또 변할 수 있다”며 “2021년 TO가 2명이라는 건 조 씨와 상관없는 숫자다. ‘저널리스트라면 써서는 안 되는 가장 전형적인 글’ 올림픽이 있다면 이 칼럼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지난달 29일 사설 <대학과 의전원은 허위서류로, 인턴은 문 동지가 원장인 병원으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조 씨가 중앙의료원 인턴 전형에 지원한 것을 두고 “정기현 중앙의료원 원장이 인턴 면접을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인 ‘더불어포럼’ 창립 멤버여서 조 씨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9일 사설 <대학과 의전원은 허위서류로, 인턴은 문 동지가 원장인 병원으로>에서 “정기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며 “조씨가 왜 이 병원에 지원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와 복지부 눈치를 살펴야 하는 병원인 데다 원장이 문 대통령 동지라면 조민 씨 인턴 면접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문화일보는 28일 <조국 딸 의사 만들기… ‘친문 원장’이 나섰나> 기사에서 “중앙의료원은 문 대통령 측근이 원장에 임명됐다는 논란이 있던 곳이기에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며 “정기현 원장은 서울대 의대 연구교수였던 2012년 대선 당시 여성·아동 정책을 조언하는 등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문의는 “조 씨가 00병원에 인턴에 합격했다고 하면 격렬히 사적 린치를 가하실 게 뻔하지 않는가”라며 “(조 씨가) 당연히 사립 병원이 아닌 국공립 병원, 공공의료기관을 선택할 거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NMC는 국가 보훈 대상이나 장애인, 생활보장 대상자에 대해 특수한 역할을 갖고 만들어진 곳”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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