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일부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콘진원은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사업 관리가 부실했으며 '학력 차별'과 관련된 직원 승진 규정을 두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의 콘진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콘진원은 2018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임직원들에게 2억 97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콘진원은 경영평가 관련 자료를 조작해 일부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CI

콘진원은 ‘제작지원 콘텐츠 매출성과’와 ‘콘텐츠 가치평가를 통한 투융자 지원성과’ 자료를 조작했다. 콘진원은 방송, 애니메이션, 게임 등 3개 분야 매출실적이 저조하자 ‘2019년 예상 매출액’을 2018년 자료인 것처럼 수정했다. 또한 콘진원은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업체에 연락해 "2016년·2017년 매출실적을 2018년 자료인 것처럼 수정해 공문을 재발송하라"고 요구했다. ‘제작지원 콘텐츠 매출성과’ 실제 점수는 1.8점이지만 콘진원은 자료 조작으로 만점인 9점을 받았다.

콘진원은 ‘콘텐츠 가치평가를 통한 투융자 지원성과’ 일부 자료에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정정하지 않고 기재부에 제출했다. ‘콘텐츠 가치평가를 통한 투융자 지원성과’ 실제 점수는 5.510점이지만 콘진원은 6점을 받았다.

감사원은 “당초 콘진원이 받아야 할 등급은 D등급”이라면서 “성과급 2억 9700만 원이 부당하게 지급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련자 3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주의를 결정했다. 콘진원 측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나빠질 수 있을 것 같아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고 해명했다.

콘진원은 2016년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 수행사로 A사를 선정해 5억 원을 지급했으나 관리 소홀로 현재까지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A사는 정해진 시한까지 관련 영상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콘진원은 A사 대표이사에게 전화해 결과물 제출을 독려하기만 하고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A사는 2019년 11월 폐업했다. 감사원은 콘진원에 주의를 통보했다.

콘진원을 관할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제도 드러났다. ‘규제정비 종합계획’을 콘진원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은 콘텐츠 제작지원 업체에 기술료를 부과하는데, 정규직 직원 1명 이상을 신규채용하는 경우 10%를 공제한다. 문체부는 2018년 2월 기술료 감경률 기준을 50%로 확대했지만 이를 콘진원에 알리지 않았다. 콘텐츠 제작지원 업체 144개사는 50% 기준을 적용받지 못해 2019년 기술료 2억 410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문체부는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규제 혁신과제를 확정하고도 실행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문체부 장관에게 주의를 통보했다.

또한 콘진원은 직원 승진 규정과 관련해 학력에 따른 차별을 두고 있었다. 콘진원은 인사규정에서 대리급 최소승진연한을 ‘대학교 졸업자 5년’, ‘고등학교 졸업자 9년’으로 정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콘진원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주임급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직원은 학력을 사유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콘진원은 “학력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불합리한 차별 요소를 철폐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