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성범죄 사건은 비친고죄라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거나, 경찰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언론이 성폭력 보도 시 대원칙으로 삼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했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젠더인권본부장)는 김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피해자 의사에 반한 수사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성범죄 사건에서 친고죄를 폐지한 배경은 가해자의 합의 종용, 2차 피해 우려에 따른 신고 미접수 등이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책임지는 행동이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 중요하다고 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26일 기사 <김종철 성추행, 피해자 장혜영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 가능>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같은 당 김종철 대표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인 장 의원의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김 대표의 가해 사실을 알리면서도 형사처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형사고소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2013년 6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면서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가해자의 죄가 입증되면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시민단체와 같은 제3자가 나서 고발하면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강제추행이 인정되면 김 대표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덧붙였다. 또 중앙일보는 "다만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 진술 없인 상대방의 죄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형사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법조계에선 사안이 엄중한 만큼 당 차원에서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25일 기사<피해자 의견 존중했다지만… 김종철 성추행 징계만으로 끝나나>에서 "성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해 김 대표가 얼마든지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의당과 피해자 장 의원, 가해자 김 대표는 성추행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한 만큼 김 대표의 형사 입건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기사 <'성추행 사퇴' 김종철, 피소 안 돼도 경찰수사는 불가피>에서 "김 전 대표와 피해자인 장 의원, 정의당이 형사처벌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공당 대표의 범죄 사실이 공론화된 만큼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매일신문은 기사<김종철 성추행, 피해자 고소 없어 처벌 못한다?…"가능">에서 "피해자인 장 의원이 고소하지 않는다고 해서 김종철 전 대표를 형사처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 <김종철 정의당 대표 성추행, 경찰 수사 불가피>에서 "김 전 대표와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 정의당이 형사처벌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주요 정당 대표의 범죄사실이 공론화된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면서 "형사처벌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명백한 범죄사실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했다.

KBS와 연합뉴스는 각각 <‘성추행’ 정의당 전 대표, ‘고소’없어 당내 징계로 끝나나?>, <강제추행 혐의 김종철, 피해자 고소 없으면 처벌불가?>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기사를 내놨다.

KBS는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은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다"며 "모든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다. 제3자가 고발을 할 수도 있고,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KBS는 장 의원의 입장문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마치 장 의원이 수사기관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KBS는 김 전 대표가 수사기관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수사기관의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수사협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을 전했다. 뒤이어 "피해자인 장 의원도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일각에선 당의 소극적인 조치로 김 전 대표가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정의당과 장 의원이 김 전 대표를 고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제식구 감싸기'라거나 '형사처벌 대상인데 당에서 징계만 내리고 끝내려고 한다'는 반응 등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25일 자정 직전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에서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나'라는 당원 질의에 대해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배 부대표는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며 "물론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 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배 부대표는 2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통화에서도 "장 의원은 처음부터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증명해서 거기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의 공동체적인 해결, 즉 정의당이 대표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징계를 해야만 하고, 당을 믿고 있는 많은 당원들에게 그런 대표를 엄중하고 엄격하게 징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장 의원에게 더 중요하게 생각됐다"며 "그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형사처벌'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해 언급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의 취지가 이번 사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2013년 성폭력처벌법에서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이유는 친고죄가 가해자의 합의를 종용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등 성폭력 피해자의 명예와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장 의원 자신이 직접 피해자임을 밝히면서 일상의 회복과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사실인 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책임지는 도덕적인 능력이 있다. 책임지는 태도는 인간다움의 가장 중요한 척도"라며 "잘못을 저지른 이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태도는 앞으로 모든 가해자들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여야 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렇기에 저는 분노하기보다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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