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박원순 성추행’ 고소 계획을 박 전 서울시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26일 발표했다.

남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인다”며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 등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남 의원은 “사건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 오신 단체와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2030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부분도 사과했다. 남 의원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특히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피해자의 고통이 치유되고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직을 내려놓고 사과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검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미투 사건’으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남인순 의원,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 6일 뒤에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돈다고 물었을 뿐 유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측은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과가 발표된 25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며 “고소사실,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을 누설한 과정에 있던 사람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피해호소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명예를 훼손했고 심각한 2차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는 약 5개월 간의 자체 조사 끝에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사실로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성희롱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성희롱에 대한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방조 의혹에 대해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피해자 측은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사실의 영역이 아닌 믿음의 영역 안에서 피해자를 공격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뱉어 놓은 말과 글을 삭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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