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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말하는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인터뷰]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조선-동아, 한국언론의 불신 키우는 최전선"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1.25 08:07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그해 마지막 날, 뉴스타파의 다섯 번째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개봉됐다.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일제강점기 조선·동아일보의 실제 행적을 추적하고, 2부는 해방 이후 두 신문이 박정희·전두환 독재 권력과 결탁하며 덩치를 키워가는 과정을 전한다. 3부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언론 자유의 공간에서 두 신문이 스스로 권력 집단이 되며 ‘돈’을 추구하는 모습을 고발한다.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봉 이후 독립상영관 위주로 상영되고 있다. 다수의 관람객은 “조선, 동아의 모습을 모르고 지내왔다”, “지금이라도 알아야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영화를 만들면서 조선·동아가 스스로 각성할 거란 기대는 안 했다. 다만 내부에 있는 젊은 기자들이 영화를 보고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역사와 돈벌이 과정, 세습구조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2일 김 대표를 만나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김용진 대표는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와 함께 연출을 진행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뉴스타파)

Q. 영화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평소 한국언론 생태계 문제에 고민해왔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내버려 두면 언론계 전반에 불신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언론을 망친 근원을 찾아가던 중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작성하게 됐고 지난해 창간 100주년인 두 신문의 역사로 주제를 정하게 됐다.

Q. 영화 제작 기간은

2019년 하반기에 시작했다. 두 신문에 대해서는 앞서 별도의 콘텐츠로 만들어온 게 있어 영화를 구성하고 편집하는 것은 단기간 내 끝났다. 지난해가 조선·동아 창간 100주년으로 2020년에 개봉하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2020년 12월 31일 온라인으로 우선 개봉했고 2021년 1월 1일부터 독립영화관 일부에서 특별 상영 형태로 오프라인 상영하고 있다. 

Q. 영화감독으로 첫 데뷔다. 영화 소재로 언론을 택한 이유는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5번째 영화다. 한국사회 내 거대 권력의 이면으로 언론을 다루게 됐다. 영화라는 장르가 소재나 형식 면에서 자유로운데도 상업영화에서 언론을 정면으로 다룬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국정원, 검찰, 청와대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꽤 있다. 한국을 쥐고 흔들었던 지배 권력인 조선·동아를 왜 다룬 적이 없었을까. 청와대, 검찰, 국정원보다 더 센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성역으로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제작자로서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차이는

영화는 다큐멘터리보다 표현양식에 있어 자유롭다. 시사 다큐멘터리의 수용자와 영화의 수용자는 다르다. 기존과는 다른 관객층까지 수용해보자는 고민이 있었다. 영화는 큰 스크린에 일정 시간 동안 몰입할 수밖에 없어 집중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극장에서 상영하면 새로운 수용자층이 집중해서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장르를 빌렸다.

Q. 내레이션은 뉴스타파에서 가장 어린 기자가 맡았다

출연자 대부분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다. 이와 대비되는 젊고 차분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를 도입했다. 언론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 아니면 조선, 동아의 역사를 잘 모른다. 기존에 익숙한 관객층보다는 이를 몰랐던 젊은 층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중 (사진=뉴스타파)

Q. 영화는 어떻게 구성했나

관객에게 제일 쉽게 다가가는 방법은 시대 흐름대로 가는 것이었다. 영화는 ‘절대 권력 아래 명맥을 이어온 두 신문’에 초점을 맞춰 일제강점기, 군부독재정권, 돈이 권력인 시대순으로 전개된다. 1부에는 일본 제국주의라는 절대권력 아래 두 신문이 기생하고 명맥을 이어온 과정이 담겼다. 2부에서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통성 없는 권력이 들어서고 이를 정당화해줄 선전 기관으로서의 두 신문이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이 나온다. 3부는 한국사회에 민주화가 진행되고 언론 자유 공간이 확보됐지만 아이러니하게 족벌 사주들의 권한과 세력이 확대되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러한 흐름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시대순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영화의 선악 구도가 선명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흐름 속에 선과 악, 피해와 가해 구도가 생겼다. 시기 별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의 자원을 수탈하고 국민들을 전쟁터로 몰아가는 과정에 두 신문이 앞잡이 역할을 했다. 일제의 식민지 수탈을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인권·언론탄압으로 인한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젊은 기자들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언론자유수호투쟁에 나서지만 사주는 이들을 내쫓았다. 3부에서는 언론을 바로잡으려는 ‘참여정부’와 카르텔을 지키고자 하는 수구 기득권 세력 간의 대립이 나온다. 결국, 언론개혁이 좌절되고 마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가해와 피해 구도로 형성됐다.

Q. 일제강점기 조선·동아 폐간과 관련된 기밀협약서, 1면에 일장기가 실린 조선일보 지면 등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료들이다

다양한 사료를 확보하는 노력을 다각도로 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자문했던 연구기관과 연구소들이 등장한다. 영화에 담지 못한 일제시대 지면 분석도 했다. 당시 천왕을 부르는 호칭, 극존칭, 수식어 등 텍스트 분석 결과는 출판물로 별도 공개할 예정이다. 시간 제약상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은 뉴스타파 ‘족벌 플러스’에 일주일에 두 건씩 올리고 있다. (▶링크)

당시 일제의 최고정보기관 격인 내각정보위원회 비밀 보고서에는 지원병 모집을 위해 작성된 조선일보 사설을 칭찬하는 대목이 나온다. 특히 1937년 8월 2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총후의 임무’는 이틀 뒤 내각정보위원회에서 “조선어 신문의 논조도 차츰 일반의 기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2일 자 조선일보는 처음으로 사설에서 군사후원연맹 구성을 후원하는 동시에 출정장병으로서 사명을 다하도록 조선인도 제국신민으로서 응분의 의무를 다하라고 격려했다”(일제 내각정보위원회 척무성정보 조선일반상황 중)와 같은 평가를 받는다.

Q. 2부에서 조선·동아 논조에 저항한 언론인들이 탄압받고 회사를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해직된 언론인 인터뷰를 보면 당시 사주들이 자사 언론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사주의 생각에 반하는 기자들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우리가 고용한 종업원들인데 왜 반대하지’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증언을 빌리면 동아일보는 지주집안이고 편집국장을 마름 정도로 기자들은 소작농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동아일보는 젊은 기자들의 투쟁을 통해 짧지만, 시민의 뜻에 맞는 지면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인들을 한꺼번에 백 명 이상 축출해버린 게 한국언론 역사에는 가장 큰 손실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사주·경영진이 조금만 괜찮은 사람들이었다면 기자들과 합심해 좋은 신문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중 (사진=뉴스타파)

Q. 조선·동아 사주들이 참석한 1988년 국회 언론청문회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언론청문회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증언 내용이 다르다. 두 신문 사주의 속내가 공개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아마 당시에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기에 막강한 언론 사주들을 불러 물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주들의 답변 태도를 보면 거만하고 뻔뻔하다.

당시만 해도 조선, 동아일보의 과거 지면을 일반 대중들이 찾아보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친일이라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떻게 조선일보가 과거 일제 앞잡이를 했다고 모독을 하고 매도를 하시고 비난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거 지면과 대비시켜 사주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2부에 청문회 장면을 넣은 건 사주들이 언론자유수호투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타나서다. “언론사가 있어야 언론이 있고 언론인이 있다”고 말하는데 언론 지망생들에게 그 대목의 가편집본을 보여주니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었다. 자기 소유의 언론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론을 포기해도 된다는 언론관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Q. 100년을 권력과 함께해온 조선·동아일보가 바뀔 수 있을까

영화를 만들며 조선, 동아가 자발적으로 변화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 있는 젊은 기자들에게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자사가 행하고 있는 변종 돈벌이, 기사형 광고, 특판, 포럼 장사, 최고위 과정 등 메이저 언론 소속으로 대접받고 있는 언론인들이라면 자사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고 자사의 월급 상당 부분이 어디에서 창출되는지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세습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사기업인데 물려줄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언론이 뉴스를 판매하지만, 여론을 움직이는 공적 기능이 있기에 일반 사기업과 다르다. 현재 5대까지 내려왔는데 신년사만 보더라도 사주가 큰 틀의 편집 방향에 개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딸이 기자로 들어갔는데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또한 조선·동아는 하나의 기업집단인데 재무제표도 공개하지 않으니 기이하다.

Q. 언론불신의 시대, 족벌 두 신문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영화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소재로 했지만 이 두 신문에 100% 초점을 맞춰 문제점만 얘기한 건 아니었다. 한국사회는 여러 갈등, 반목, 상호비방, 혐오 등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살펴보면 결국 한국언론 문제와 맞닿아있다. 한국언론은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데 신뢰도는 낮다. 두 신문은 이 간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도 가장 오래됐고 정치력도 가장 크다.

이들이 쓴 기사, 프로그램, 비즈니스 행태들이 한국언론의 불신을 키우는 최전선에 있다고 봤고, 언론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사형 광고의 경우 경제지가 가장 많이 나올 것 같지만 데이터를 집계해보면 조선, 동아가 1, 2위를 다퉜다. 혼탁한 언론생태계에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거다. 이러한 언론 지형을 바꿔야 하고 한국언론이 지금과 같은 생태계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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