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내정에 대해 “적시적재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외교관 출신의 정의용 후보자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북한을 상대해봤던 외교관이기 때문에 미국의 국무부나 안보보좌관 쪽의 사람을 우리 페이스로 끌고 오는 데 상당히 좋은 인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내정자는 2018년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만들어진 '한반도의 봄'이 남북미 정상간 만남으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해 3월 5일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즉석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정 부의장은 “외교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 북한을 외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식의 협상을 해야 하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이 있는 분이 정의용 후보자”라고 했다.

강경화 장관의 교체 이유가 김여정 부부장의 성명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 부의장은 “유치한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부의장은 “바이든 정부 초창기부터 북한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남은 1년 4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또는 북핵 문제 해결에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인사교체를 했는데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에 놀라 사람을 바꿨다는 건 유치한 해석”이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조바이든 대통령의 북미외교가 “트럼프에 비해 차분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커트 캠벨 아시아 담당 장관 등은 북한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정 부의장은 “답답한 시간이 있겠지만 춤추듯이 파도치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측에서도 대응하기 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 “차분하게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의장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방법론이나 문제해결 시안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고 미국은 천천히 가도 자국의 이익이 증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되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북핵을 완전히 뺏기 어렵다면 적절하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더는 확산하지 않는 쪽으로 관리하는 게 미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핵을 남겨두는 것이 한반도 남쪽에 무기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국가 이익이지만 미국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하려는 첫 번째 일 중 하나는 전반적인 접근법을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의장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선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이었다. 하지만 선 비핵화 논리가 결국은 오늘날 북한이 핵실험을 6번이나 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가 선 비핵화 논리가 아닌 단계별로 풀어나가는 방향에서의 전면 재검토이길 바란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북미관계 회복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 초 멤버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추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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