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언론윤리헌장을 선포했다. 기존 언론 강령·준칙과 별개로 모든 언론에 적용할 수 있는 윤리 규범을 만들어 전반적인 언론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참여 단체였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헌장 제정 과정에서 불참하기로 했다. 박홍기 신방편집인협회 회장은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취재윤리강령을 만들려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헌장을 제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근본적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와 불참하기로 했다. 헌장은 준칙·강령보다 상위 개념이기에 세 단체뿐 아니라 언론 학계와 시민단체의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언론윤리헌장의 주어는 ‘윤리적 언론’이다. 매체 분야와 형태에 상관없이 보도와 논평에 종사하는 모든 언론인을 포섭하기 위한 것이다. 윤리헌장은 9장으로 이뤄져 있다. 윤리헌장은 ‘언론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여겼던 기존 보도준칙과 달리 ‘진실 추구’를 1번 원칙으로 삼았다.

윤리헌장은 “사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은 바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진실 추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윤리적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맥락으로 전달한다. 취재원 발언을 정확히 인용하며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언론윤리헌장 서문

윤리헌장은 투명 보도, 인권 존중, 공정 보도 등에 대한 구체적 취재 규범을 제시했다. 윤리헌장은 “정보원과 취재 과정 등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알리고 문제 제기에 책임 있게 설명한다”며 “독자와 시청자가 정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윤리헌장은 공정 보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나 갈등적 사안을 다룰 때는 다양한 입장을 두루 담아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과 관점을 보여준다”며 “사회 내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의 경중을 고려해 보도 내용의 양적·질적 균형을 맞춘다”고 했다.

인권 존중 관련 내용이 강화됐다. 윤리헌장은 “미숙하고 동의 능력 없는 취재원, 사건 피해자 등을 취재할 때는 절차적 정당성과 높은 수준의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인다”며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중의 알 권리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윤리헌장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행 등을 이유로 누구도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감시한다”며 “고정관념과 편견을 부추기는 표현, 특정 계층·지역 비하 표현, 성차별 표현, 성적 대상화 표현을 삼간다”고 했다.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됐다. 윤리헌장은 “윤리적 언론은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기술이 독자와 시민에게 유익하게 활용되도록 노력한다”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취재는 익명성을 악용한 허위정보와 여론 조작 위험 등을 감안해 더욱 신중하게 사실을 검증한다. 다른 언론사 기사를 복제하거나 표절하지 않으며, 선정적이거나 오도하는 제목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리헌장은 이해 상충과 관련해 “취재원과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고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윤리헌장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취재원으로부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혜택과 편의를 제공받지 않으며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헌장 제정위원장인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는 19일 열린 윤리헌장 선포식에서 “투명성, 인권 존중, 디지털 등은 그동안의 윤리 규범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항”이라며 “언론과 시민을 평등한 관계로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헌장 제정은 언론이 스스로 불신 현상을 통찰하고, 직업윤리를 재정립하는 자발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윤리헌장 선포식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기자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는 윤리헌장을 활용한 후속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각사 구성원들은 헌장 준수를 통한 언론 신뢰 회복에 동참해야 한다”며 “협회는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헌장 필요성을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해준다면 윤리헌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영 인터넷신문협회장은 “윤리헌장을 근거로 교육과 토론회를 열고, 올해부터 ‘윤리대상’을 시상하겠다”고 말했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헌장은 언론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며 “단체들이 관련 사업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리헌장 제정위원회는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홍진수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부문장, 조성원 KBS 기자,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춘범 KBS해설실장, 김동기 한국기자협회 기획국장, 강지혜 투데이신문 편집국장, 정소현 시사위크 기자, 김기현 인터넷신문협회 사무총장,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 류신환 변호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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