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금속노동조합이 "자본의 언론탄압을 막는 울타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두 노조가 연대에 나선 것이다.

언론노조와 금속노조는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 자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아니라 기자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소송을 거는 행태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본은 비판 언론과 기자를 길들이려는 행태를 즉각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포스코, 산업은행, KT&G 사옥 (사진=포스코, 연합뉴스)

두 노조는 지난해 포스코, 산업은행, KT&G 등 기업이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들을 열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31일 포항MBC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취재·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포항MBC 기자는 포스코에서 수십 년 근무하다 퇴직한 후 각종 중대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사례와 포스코 인근 주민들의 유해물질 노출 문제 등을 다뤘다. 포스코는 소장에서 "포항MBC 기자가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해 포스코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포항MBC 기자는 미디어스에 "예상은 했지만, 개인에 대한 손배소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며 "포스코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면 언론중재위 제소를 통한 정정보도 절차를 우선적으로 밟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스포츠서울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스포츠서울 기자는 칼럼에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소장에서 "산업은행이 키코 상품 판매와 관련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여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처럼 비추어져 산업은행이 입게 되는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했다. 키코 공대위 등이 속한 금융피해자연대는 "국가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장이 기자를 상대로 무리한 주장을 펴면서 대형로펌을 고용해 억대 소송을 벌이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하기 어렵다"며 소송 철회를 촉구했다.

KT&G는 지난해 2월 경향신문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기사를 쓴 기자에게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기자 개인의 급여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이 본안 소송과 별도로 급여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언론단체들은 "대기업의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KT&G 규탄에 나섰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언론인을 위축시키고자 진행중인 법적 소송"이라며 KT&G에 소송 중단을 촉구했다.

두 노조는 "자본이 언론사가 아니라 기자를 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는 기자 개인에 대한 보복이며 동시에 비판 보도를 미리 봉쇄하는 입막음"이라며 "‘언론의 자유’라는 시민권과 대중의 알 권리라는 공익을 대놓고 부정하는 것이다. 비판과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고치기는커녕 언론의 입을 막고 시민사회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자본의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두 노조는 "거대한 기업이 기자 개인의 생계와 양심을 공격하는 행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그 어떤 권력과 자본의 탄압도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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