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사무처가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29일간 단식 농성을 한 산업재해 유족들에게 '국회 출입금지'를 통보했다. 유족들이 단식 농성 중 국회 본청 안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산재 유가족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3명에게 향후 국회에 일정 기간 출입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13일 발송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오른쪽부터),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 등이 지난해 12월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케팅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이사장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이 이사장은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다. 이들은 지난 8일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단식농성을 끝내고 회복치료를 받다 오늘 퇴원했다.

국회 사무처는 청사관리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규정은 ▲청사 내·외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 ▲청사를 점거해 농성을 하는 행위 ▲허가받지 않고 청사에서 시위를 하거나 벽보·깃발·현수막·피켓 등 표지를 부착·사용하는 행위 ▲청사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위압을 가하여 다른 사람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보좌진, 정당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거나 피켓 시위를 벌일 때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4일 같은 이유로 유족들의 본청 화장실 사용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 보도가 이뤄지자 직후 국회 사무처는 유족들의 본청 화장실 사용을 다시 허가했다.

국회 사무처의 기준없는 출입 제한에 대해 법원은 국회의 책임을 물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23일 진보당은 'n번방 방지법' 입법 처리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항의하고 일부 의원실에 피켓 부착 등을 진행했다. 이에 국회 사무처는 진보당 청년 후보들에게 3개월 간 국회 출입제한 처분을 내렸다.

진보당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회를 출입하고 정당한 요구를 한 자신들에게 국회 사무처가 무리한 조처를 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자 국회사무총장은 국회 출입제한 처분을 철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사무처의 처분이 철회돼 소송의 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에 각하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소송비용을 국회 사무처가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청년진보당은 당시 논평에서 "출입제한조치가 막무가내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국회는 무엇보다 민심이 반영되는 곳이어야 하고, 국민들의 요구가 정당하게 외쳐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국회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