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동아일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0년형이 확정되자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쟁과 국민 분열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아일보·중앙일보는 형 확정을 두고 “사면 요건이 충족됐다”고 썼다.

하지만 한겨레는 사면 요구에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며 국민적 동의 없는 사면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14일 재상고심 판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0년형, 벌금 180억 원을 확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해 총 22년의 징역을 살게 됐다. 국민의힘 측은 “조건 없는 사면 결단을 촉구한다”, “국민 통합을 할 의지가 있다면 결단해야 한다”고 사면을 요구했다.

동아일보 <박·이 사면, 여론만 의식 말고 통합·포용 위해 결단하라> 사설

동아일보는 15일 사설에서 사면론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박·이 사면, 여론만 의식 말고 통합·포용 위해 결단하라> 사설에서 “대법원의 재상고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을 ‘판결이 확정된 자’로 만들어 그를 사면이 가능한 법적 상태에 두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통치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국민 통합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정치를 위해 임기 중 사면할 마음이 있다면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사면해야 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민주당 내 사면 반대론자들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당연해 보이는 그런 주장은 실은 사면의 정의에 반하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에 앞서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에 대한 반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사과와 반성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도 구차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전직 대통령은 수감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굴욕을 겪었다”며 “다만 사면이 되면 인정할 수 있는 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 내길>

중앙일보는 사면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 내길>에서 “형이 최종 결정됐다는 건 그가 사면 대상이 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와 여야가 아무리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해도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이상 사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24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처럼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수감이 되풀이되자 국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3년 9개월)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사면 요구가 거세어질수록 여야 간 정쟁이 악화되고, 국민 간 반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건 사면의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면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라며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국민적 동의 없는 사면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형 확정, ‘국민 동의’ 없는 사면 안된다> 사설에서 야권의 사면 요구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들”이라며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판결이 확정되자마자 사면을 하라는 건 우리 사회가 어렵게 진전시켜온 ‘법 앞의 평등’을 통째로 저버리라는 무책임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두 전직 대통령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며 “되레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풀려난다면 통합은커녕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만 더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조만간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관련 질문이 나올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국민적 동의’가 없는 사면은 고려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겨레 <박근혜 형 확정, ‘국민 동의’ 없는 사면 안된다> 사설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사법절차 마무리된 박근혜, 이제 참회하라> 사설에서 “최고 권력자에서 수형자 신세로 전락한 그를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 것은 법치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박 씨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방해하고,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았으며, 법정에서도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개인의 정치적 연명을 위해서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일단이 보도되자 돌연 개헌 카드를 꺼내 드는가 하면 지난해 4·15 총선 직전에는 ‘태극기부대’ 결집을 위해 옥중서신을 발표했다”며 “사과도 반성도 모르는 그에게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박 씨에 대한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시민을 모독하고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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