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KT스카이라이프 인수 절차를 거치고 있는 현대HCN의 서비스센터(외주업체)가 설치·수리 기사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유료방송 설치·수리 기사 도급계약은 위법이다. 현대HCN 측은 "서비스센터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동조합 HCN비정규직지부는 13일 서울 서초구 현대HC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전기통신공사법에 따르면 유료방송 사업자는 전기통신공사를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유료방송 설치·수리 업무 도급계약이 위법이라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다수 유료방송 사업자는 설치·수리 기사를 외주업체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한 서비스센터 설치수리 기사의 정산 내역서. 기본급 없이 '설치 수수료'가 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희망연대노동조합, 사진=미디어스)

이동훈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서비스센터가 기사들과 도급계약을 맺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대HCN은 도급계약을 상식적으로 여길 수 있지만 방송통신 업계에선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설치·수리 기사들은 도급계약을 맺고 있어 연장근로시간, 연차수당 등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지남 HCN지부 지부장은 “일부 기사들은 하루 9시간~10시간 동안 20건에 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며 “기본적 권리조차 묵살되고 있다. 동종업체 수준의 노동환경이라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일부 서비스센터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민호 HCN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해 10월 HCN지부가 출범한 이후 노동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노조 가입을 안 하는 조건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불성실 교섭을 통해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HCN지부는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0월 현대HCN 지분 100%를 4,911억 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현대HCN 정규직 임직원 5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지부장은 “매각 소식을 듣고 ‘이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많은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명연대노동조합 HCN지부가 13일 개최한 <>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 위원장은 “현대HCN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 한번 하지 않은 업체를 본 적이 없다”며 “현대HCN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연대와 HCN지부는 설치·수리 기사 도급계약 및 노동조합 탄압 증거를 취합해 과기정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HCN 측은 1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고용 문제는 서비스센터의 고유 권한”이라며 “본사는 서비스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HCN 측은 기사 도급계약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본사가 인지할 만큼의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13일 통화에서 “인수 확정 전이라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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