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조선일보는 11일부터 <주52시간 신음하는 中企> 시리즈를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목을 보면

<회사 쪼개고 직원 빌려주고…中企 ‘52시간 몸부림’>
<외국인 근로자, 작년 예정된 3만명 중 2400명만 입국>
<“中企 성장의 싹이 잘려 주력 제조업도 힘 잃을 것”>
<中企, 특근 사라지자 베테랑들 줄사표…외국인 근로자도 안들어와>
<6시 퇴근, 그후…저녁이 있는 삶 대신 ‘알바가 있는 삶’ 됐다>
<줄줄이 문닫는 공장…”90%가 물류창고로 팔려”>
<중기 이익률 3%대로 추락>
<“투자 엄두도 못내는데 52시간까지 하라니…”>

조선일보의 기사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1월 12일 <6시 퇴근, 그후…저녁이 있는 삶 대신 ‘알바가 있는 삶’ 됐다>기사에서 언급된 대구 성서공단의 김 모씨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김 씨의 1주 평균 근로시간은 58시간(월~금 48시간, 토 10시간)이라고 합니다. 월 평균 252시간(1월은 평균 4.345주)을 일한 겁니다. 김 씨의 시급은 얼마일까요?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하면 11.433원에 불과합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상용근로자의 월 평균근로시간은 172.1시간이고 월 평균임금은 413만4000원입니다. 시급은 24,020원입니다.

김씨의 삶은 달라져야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해야 달라질까요? 언제까지 토요일도 없이 월 300시간을 일해야 하나요?

조선일보 11일자 1면

세계인권선언 제23조 3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가족이 인간의 존엄에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고, 나아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회적 보호수단에 의해 보충받을 권리를 가진다”

조선일보는 ‘선진국에선 일괄적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독일, 미국의 예를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이 주35시간, 연장근로는 연간220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단체협약이나 근로감독관 승인을 받아 이를 초과해 근무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들 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2017년 기준으로 독일 1388시간, 프랑스 1489시간, 미국 1788시간입니다. OECD 평균은 1717시간, 한국은 2014시간입니다.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연간 근로시간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고용노동부가 2020년 2월 27일 발표한 ‘2020년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8년 1986시간, 2019년 1978시간으로 불과 0.5% 감소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우리는 주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되면 어떤 이유로도 이를 초과해서 일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것도 틀린 주장입니다. 현행법에도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 및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 절차를 거쳐 법정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있습니다.

최근 주52시간 상한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2022년까지 1주 6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며, 뿐만 아니라 탄력근로제 기간이 6개월로 확대되면서 ‘주40시간 법정 근무시간 체제’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인용한 ’안산시 반월공단 공장 매매’의 사례 또한 주52시간 상한제와 연관성이 없으며, 부산의 3D 영상제작업체의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의 경우도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대기업의 경우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임금보전을 했지만 중소기업은 힘든 상황’이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럼, 중소기업에 근로시간상한제를 폐지한다고해서 임금격차가 줄어드나요?

오히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 심해지고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해야 할 내용은 정부 지원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시하는 일입니다. 일자리함께하기 지원 사업과 노동시간단축 정착 사업의 인건비와 임금감소액 보전 지원 금액과 기간을 확대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경제신문과 지역신문 등 모든 언론이 중소기업이 주52시간 상한제로 당장 문을 닫을 것처럼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되면 문을 닫을 상황인가요? 우리 경제가 그렇게 호황을 누리고 있을까요? 조선일보 기사가 언급하는 ‘68시간 2교대’를 해야 생산일정을 맞출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주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10.4%에 불과합니다. 2019년 전체근로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164.7시간, 상용근로자의 월 평균노동시간은 172.1시간입니다.

많은 언론이 ‘주52시간제’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일보도 <[장인철칼럼] 경제를 옥죈 ‘선한 정책’들의 목록>에서 “주52시간제는 소기업 등의 근로소득을 감소시켜 안락한 휴식은 커녕 근로자들이 투잡을 찾아 거리를 헤매야 하는 상황을 불렀다”고 보도했습니다.

주52시간제는 없습니다. ‘주52시간 상한제’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주40시간제’만이 있을 뿐입니다.

■ 조선일보 - 회사 쪼개고 직원 빌려주고中企 ‘52시간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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