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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정신병'으로 몰고간 언론의 정신상태[오늘의 핫이슈] 한국언론의 수준 드러낸 신정아 파문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09.17 08:26

'난감'하게 됐다. 한국언론. 애초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허위논란이 불거졌을 때 일부 언론은 정신과 전문의까지 동원해 이렇게 진단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12일 신씨는 여전히 스스로 했던 거짓말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비단 범죄인이 아니더라도 전문직 고학력자 사이에선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신씨의 경우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현상이 심한 편인 것 같다 … 신씨가 '피해망상'에 잡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말하자면 자기도 '사기 사건의 피해자'이자 '사회적 약자로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9월13일자 10면)

   
 
  ▲ 한국일보 9월13일자 10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곳은 한국일보만이 아니다. 중앙일보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들도 정신과 전문의들을 동원해 비슷한 분석을 내렸다. 이후 신정아씨는 '공상허언증'을 가진 '정신이상자'로 분류가 됐다. 한국언론의 능력(?)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공상허언증'을 가진 정신이상자로 몰고간 언론

'공상허언증'이라는 진단을 내린 정신과 전문의들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단 한번도 대면 상담을 받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사람을 '정신이상자'로 단정하는 그들의 정신상태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특히 신씨를 '정신이상자'로 규정하는데 정신과 전문의를 동원하고 기꺼이 지면을 할애한 언론의 정신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한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중앙일보 9월15일자 5면.  
 
오늘자(17일) 아침신문을 살펴보면 정신이상자로 규정한 언론의 보도를 '반박'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신씨의 변호를 맡은 박종록 변호사에 따르면 신씨는 예일대에서 미술사학과 시간강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존 트레이시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신씨가 과외선생처럼 그를 고용해 논문 작성과 제출 등을 맡겼다는 것인데 탐정까지 고용했지만 그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가장 상식적인 의문을 가진다면 바로 존 트레이시라는 인물일 것이다. 즉 신씨가 트레이시라는 인물에 속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가 이른바 브로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자(17일) 아침신문들도 그 점을 조금씩 주목하고 있다.

서울신문, "신씨 가짜 박사논문 2005년 국내서 급조"

물론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신문이 오늘자(17일) 1면에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썼다고 주장한 예일대 박사 논문은 신씨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2005년 5월 직전에 국내에서 급조돼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서울신문 9월17일자 5면.  
 
서울신문은 신씨를 잘 아는 미술계 인사 등의 말을 인용, "신씨는 2005년 초 신씨가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기욤 아폴리네르:원시주의, 피카비아와 뒤썅의 촉매(1981년 버지니아대학 박사 논문)'라는 논문을 지인에게 부탁해 워드 파일로 만들고, 성곡미술관 인턴 사원들에게 원본 대조 작업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서울은 "미술계 안팎에서는 신씨가 2005년 9월 동국대 미술사학과 조교수 임용을 비롯해 서울대와 중앙대로부터의 교수 제의를 받아 박사 논문이 시급하게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면서 "신씨의 논문은 예일대 학위 논문 포맷과는 크게 다른 형태로 엉성하게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정리를 한번 해보자. 신정아씨 학력 허위논란과 관련해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존 트레이시가 브로커이고 신씨가 그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다. 아니면 서울신문의 보도처럼 교수 제의를 받아 박사 논문이 시급하게 필요해서 급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신씨는 '피해자'가 되는 셈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범죄자'가 된다.

신정아씨를 '공상허언증'이라고 규정한 언론보도가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

물론 전자일 경우 신씨의 '진실성' 문제가 남긴 하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신씨의 박사논문이 70% 정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만약 신씨가 정말 표절인 줄 몰랐다면? 관련해서 박종록 변호사는 "신씨가 논문을 표절했다면 한국의 지인들에게 80부 가량 논문을 돌렸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종 판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물론 두 가지 이유 외에 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 신씨의 허위학력과 관련해 '어떤 것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경찰의 범죄수사도 '과학수사'가 대세인데 언론의 분석보도도 최소한의 '사회과학적 엄밀함'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신정아씨에 대한 비난이 대세를 이뤘다고 해서 신씨와 관련된 보도가 소설이나 SF로 흘러가선 안된다. 정권의 포퓰리즘 노선을 가장 경계하고 적대시한 것이 대다수 언론 아니었던가. 그런 언론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신씨를 정신이상자로 단정했다. 이번 파문 초기부터 신정아씨를 '공상허언증'을 가진 정신이상자라고 규정한 '일부' 언론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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