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7.23 금 21:4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진영 논리의 도구가 된 '알페스' 논란[culture critic] '내로남불'이 유일한 논점이 된 사회
윤광은 | 승인 2021.01.13 08:09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주와 이번 주 인터넷 세상에선 이상한 줄다리기 청백전이 벌어졌다.

상황의 발단을 보자.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이루다’라는 챗봇 서비스가 있다. 론칭 후 이용자 유치에 성공하고 화제가 된 모양인데, 일군의 남성 유저들이 스무 살 여성으로 설정된 챗봇 이루다에게 성희롱을 가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인증 숏’을 올렸다. 그 밖에도 이루다는 동성애 혐오를 전시하는 채팅 메시지를 송출하는 등 제작 상의 시민윤리 부재가 비판받기도 했다. 이런 정황이 기사화되고 논란이 된 것이다.

곧이어 또 다른 종류의 ‘성희롱’이 고발되었다. 주로 아이돌 팬덤 사이에 퍼진 ‘알페스’라는 문화다. 나름의 어원과 정의를 품고 있는 용어이지만, 이 생소해 보이는 말을 용례대로 풀면 익숙한 뜻이다. 아이돌을 포함한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19금 동성연애 팬픽이다. 이것이 여성 팬들이 보이그룹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성범죄’라고 공론화된 것이다.

'혐오문화' 그대로 배운 AI 이루다…"서비스 잠시 중단"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왜 이걸 줄다리기와 청백전이라고 표현했는가. ‘알페스’를 공론화하는 이들이 젊은 남성들이며 그들의 근거지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전략적으로 화력을 모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루다 성희롱 채팅 기사화에 불만을 품고 반격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이 ‘알페스’를 공론화하는 움직임의 기저 감정을 읽어 보면 분노와 조소, 어떤 종류의 열정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엿보인다.

그들 주장의 표면은 1) 왜 실존 인물도 아닌 AI 챗봇을 상대로 뱉은 발언, 그래서 피해자가 없는 행위가 ‘성희롱’이란 말인가 2) 언론들은 이루다 사건은 앞다투어 보도했으면서 왜 ‘알페스’ 공론화엔 무관심한가 3) 그러므로 우리가 ‘좌표’를 찍고 언론에 기사화를 요구하며 공론화를 자급자족하자, 정도다.

이런 흐름을 타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 ‘알페스’ 처벌 청원이 올라가 서명인 수만 명이 넘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기사화 현황을 공유하며 서로를 독려하고 ‘트위터 페미니스트’들의 반응을 공유하며 우리의 작업이 유효타를 먹이고 있다고 환호한다. 그러니까, 실존 인물을 소재로 쓴 창작물에 담긴 성희롱 자체는 부차적인 것이며 주된 목적의식이 따로 있는 셈이다. 남성들이 챗봇을 통해 성희롱 문화를 생산한다고 성폭력 이슈가 선점당하자 반대 사례를 끌고 와 이슈화의 명분을 뺏고 효력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일련의 움직임을 관통하는 건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남성들의 경쟁의식이자 진영 논리다. 저들이 ‘알페스’ 공론화를 독려하는 데 몰두하는데도 그동안 여성들의 화력 모으기와 실행력에 패배해왔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동기로서 작용하는 것 같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팬픽 창작은 H.O.T, 신화 같은 초창기 아이돌 시절까지 거슬러 간다. 요즘의 19금 팬픽은 산업 발전, 팬덤문화 고도화와 함께 양이 더 방대해졌지만, 그래서 초창기 팬픽 문화에 비하면 문제의식도 함께 형성된 상태다.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도 이 문화에 비판적 거리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으며, 최소한 이 문화가 양지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수준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팬픽의 소재가 되는 아이돌 당사자에게 검색 등을 통해 팬픽이 노출될 가능성을 예방하자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알페스’가 범죄 행위란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약 밀매처럼 유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상황과는 결이 좀 다르다. 팬픽 창작자가 형사 고발당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기획사 측에서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픽은 팬덤 산업에 번성한 2차 창작의 하나로서 팬덤을 코어화 해주는 효과가 있다. 아이돌 멤버들이 2차 창작에 착안점을 주는 동성 간 케미스트리를 연출하는 일도 흔하다. 기획사들이 매니지먼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악플러를 고소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음에도 팬픽 창작을 고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사실의 배경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건 실존인 대상 19금 팬픽을 문제 삼을 것 없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아이돌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문화는 케이팝 산업에 구조화되어 있다. ‘알페스’ 역시 팬덤 문화의 지층 깊숙이 박힌 뇌관 중 하나다. 액면 그대로 보았을 때 법적 처벌도 가능한 사안이 맞으며, 아이돌 개인에 대한 성적 모욕이 맞다. 설령 기획사들이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사회규범 차원에서 비판 시 할 수 있는 쟁점이다. 예컨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동성애 같은 소수자 의제에 발언하거나 연대하는 상황은 기피하면서 동성애 코드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태도와 같은 더 세밀한 쟁점이 파생된다. 어떤 의미에서든 팬덤 문화 내부의 성찰과 자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쟁점이 공론화되는 양상이다. 문제 제기자들은 ‘알페스’가 성폭력 범죄 행위라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현재 이 사안은 성적 폭력이란 의제 안 편에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19금 팬픽은 아이돌 산업 내부에 구조화된 성적 대상화 관습, 팬덤과 아이돌 사이의 다각적 권력관계, 산업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부산하는 현실이다. 성폭력이란 의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안의 특수한 배경에 대한 탐색이 비판과 함께 가야 하지만, 상대 진영을 핀포인트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서 저 배경과 구조에서 도려내어진 채 도구화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식의 접근으론 19금 팬픽 문화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알페스’라는 단말마만 메아리치고, 그것을 낳은 케이팝 신의 성적대상화 관습은 뭉텅이로 새어 나가 버린다. ‘알페스’ 처벌을 요구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 아이돌 신체 부위를 천박하게 표현하며 품평하는 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간다. 의제를 도구화하며 생각 없이 휘두르는 데서 벌어지는 자가당착이다. 게다가 아이돌 팬덤 사회 내부에는 ‘알페스’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의 성희롱도 많다. 팬 사인회 같은 대면 이벤트에서 여성 아이돌을 하대하고 ‘손깍지’를 끼며 스킨십을 즐기는 관행, 브이 라이브 같은 실시간 방송 채팅창에서 언어적 성희롱을 던지는 행태가 그렇다. 저 모든 관행은 이렇다 할 문제의식도 없이 ‘양지’에서 정상화된 채 벌어지고 있다. 인격이 없는 채팅 봇보다 실존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모욕이 문제라는 기준에 동의하는 점이 있다. 그 기준에서 저 행위들은 면대면으로 가해지고, 온라인 검색을 통해 대량으로 노출되기에 ‘알페스’ 이상으로 문제일 수 있다.

한국 사회 논쟁은 언젠가부터 늘 이런 식이다. 쟁점에 대한 지식과 관점, 논거는 공유되지 않는다. 사안의 맥락과 구조는 외면한 채 상대 진영의 언행불일치, 말 바꾸기 같은 단편적 사실만 집요하게 파고든다. 피장파장의 오류를 주고받으며, ‘내로남불’을 꼬집는 흑백논리 하나로 말초적 양상의 논쟁이 진행되는 것이다. ‘내로남불’이 유일한 논쟁 준거인 세계관 속에서 상대방의 윤리적 흠결을 비판하는 언어가 난무하지만, 우리의 흠결을 너희의 흠결로 희석하기 위한 비판일 뿐이다. 그럴수록 피아의 윤리적 기준은 동반 하락하고 그것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정당화된다. 누가 더 상대의 주장을 비웃기 좋은 모양으로 일그러트리는지, 누가 더 ‘좌표’를 잘 찍고 청원 인원을 많이 모으는지, 이것 외에 논쟁을 결론 낼 방법은 사라졌다. 늘 같은 주제에 같은 구도의 논란이 그때그때 소재만 바뀌어서 끝없이 돌아오는 이유다.

윤광은  https://brunch.co.kr/@mcwannabe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광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0
전체보기
  • ㅄㄴ 2021-01-19 06:28:31

    정말 전형적인 공부하세욧 페미니스트의 자기가 지적인줄 아는 지리멸렬한 글
    실존 미성년자 남자 아이돌들이 서로 강간하고 성희롱 하는 설정의 소설은 성희롱이 아니며 여자아이돌을 향한 성희롱과는 전혀 다르다는 내로남불 주장의 근거가
    1.팬덤과 아이돌 사이의 다각적 권력관계, 산업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부산하는 현실
    -그딴 똥꼬소설에 그런 깊은 관계와 가치를 피해 당사자들이 해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자의 수준
    2. 채팅봇 성희롱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대량으로 노출, 우리는 음지다.
    -인터넷에서 성희롱 소설 대량 판매와 공유는?   삭제

    • ㅇㅇ 2021-01-17 16:08:36

      근데 진영논리 벗어나자면서 이 글은 왜 진영논리에 충실하고 있음?   삭제

      • ㅇㅇ 2021-01-17 16:01:13

        실제 피해자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런 2차 가해성 글은 내려주세요. 19금 팬픽은 문화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자꾸 궤변 펼치지 마시고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좀 키우시길.   삭제

        • 비판적 비판 2021-01-15 10:32:23

          진영논리가 아니라.... 이게 왜 진영논리지? N번방은 처벌, 알페스는 무처벌? 알페스도 처벌!   삭제

          • 그ㅑ 2021-01-14 01:30:22

            알페스는 실존하는 인물과 인물을 커플로 설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알페스로는 월요커플, 우리결혼했어요, 기안84와나래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다분히 들어와있는 알페스를, 자신도 모르게 소비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봐 피하시라고 알려드리는겁니다.
            알페스 처벌부탁드립니다.   삭제

            • ㅓㅣㅏ 2021-01-14 01:19:26

              글 잘 봤습니다.
              맞는말만 했는데 댓글 왜이리 ㅂㄷ거려ㅋㅋ   삭제

              • ㅇㅇ 2021-01-14 01:12:00

                범죄에 대해 비판하는 게 어떻게 진영 논리의 도구가 되는 거죠? 진영 논리로 몰아가는 건 알페스라는 성범죄와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쪽 아닌가요?   삭제

                • ㅁㄴㅇ 2021-01-13 23:55:06

                  이해가 잘 안되는데 결국 당사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동성애 소설을 쓰고 그걸 돈주고 사고 판거잖아요. 여기에 남녀구도가 들어가는 이유가 뭡니까?   삭제

                  • ㅇㅇ 2021-01-13 23:49:05

                    ㅋㅋㅋㅋ 매우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고 쓴 기사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알페스 옹호하는 걸로 밖에 안보이네 니도 했냐 알페스?   삭제

                    • DDDD 2021-01-13 18:04:29

                      적당히 해야지 무슨 남녀갈등을 남자들이 조장을 합니까
                      애초에 남초커뮤에서도 밀어붙이는게 이건 남녀간의 문제가아니라
                      범죄자VS일반인 구도라는 글이 베스트에 몇번이나 들정도로 남자들은
                      남녀 싸움을하기위해 시작한게 아닙니다
                      오히려 여초커뮤에서 남VS여 로 물타기해서 화력싸움으로 몰아넣은거지
                      N번방 욕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이고 베스트글 올라가는게 현실인데
                      여자들은 N번방 옹호를위해 알페스 꺼냈다더니 뭐니 개소리하기 바쁜게 현실이죠   삭제

                      2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