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와 정치인 모두 ‘윈윈’ 할 수 있어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그의 가족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는 나 전 의원 관련 검색어였으며 해당 회차 시청률은 역대 최고시청률인 11.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집계됐다. 12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내의 맛>에 출연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선거 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TV조선이 정치인을 섭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방송이 선거홍보의 도구냐”라는 비판 입장을 냈다. 하지만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TV조선)

윤태곤 미래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7일 KBS<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예능은 기본적으로 출연자의 따뜻하고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예능 출연으로 정치인의 인기가 떨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며 “방송국이 얼마나 포장하는데 뛰어나냐, 방송국 입장에서도 정치인의 색다른 모습을 조명해 시청률을 올리니 양쪽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내의 맛>과 같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꾸밈없는 모습을 소위 ‘망가졌다’고 표현한다. 윤 실장은 “비리가 파헤쳐져서 진짜 망가진 게 아닌 소탈하고 가정적인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 또한 본모습 일부이겠지만 그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기획된 게 예능”이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아내의 맛>의 경우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나경원, 박영선 서울시장 유력 후보를 섭외했을 것이라고 봤다. 윤 실장은 “박영선 장관 예고편을 보면 남편과의 살가운 모습이 나온다. 나 전 의원과 비슷한 포맷으로 방송될 것”이라며 “중립성 시비에 걸릴 수 있어 여야 대표 주자로 짝을 맞춘 거다. 기획단계부터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둘은 여론조사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이들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여야에 비슷한 인물로 조합을 맞춰 출연시키는 게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들이 연달아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7년 SBS <동상이몽>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9년 KBS2<사장님 귀는 당나귀귀>에 출연했다.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시작됐다. '이경규가 간다' 는 1997년 대선을 한 해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집에서 ‘깜짝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이회창, 노무현, 정몽주 등 대통령 후보자들이 아침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친근한 모습으로 다뤄졌다.

2012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자들이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나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SBS <동상이몽>), 원희룡 제주지사(KBS2 <사장님귀는 당나귀 귀>, 2019)는 고정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윤 실장은 “앞으로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예능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또한 정치 뉴스를 잘 안 보는 시청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언련 성명처럼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규제는 가능하지만, 금지는 아니다”라며 “이러한 형상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사실상 예능에서 제일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오늘 국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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