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이 경향신문, 한겨레 등에 '어용 언론'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른바 '문파'가 '정권의 무오류'를 전제로 언론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언론자유와 성찰적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6일 경향신문 칼럼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문파들께>에서 문 대통령 열성지지자를 '문파'로 정의하고, 문파와 자신은 정치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문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검찰개혁을 비롯해 주요 현안들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은 같지만,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파와 저는 각자 딴 나라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갈라진다"며 "문파는 개혁과 문 정권을 동일시하는 반면, 저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진=연합뉴스)

이어 강 교수는 매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주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꼼꼼히 읽는다면서 "두 신문의 인터넷 기사엔 자신이 애독자임을 주장하면서 '절독'을 위협하는 댓글들이 자주 달린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몹쓸 기사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간 자세히 살펴본 수백 건의 기사 중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절독’을 위협하거나 ‘기레기’라고 욕하는 게 무슨 유행병처럼 돼 버리고 말았다"며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두 신문은 무조건 문 정권의 편을 드는 '어용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봤다.

강 교수는 "‘어용 언론’은 문 대통령이 ‘무오류의 존재’라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인데, 우리가 정녕 '우리 이니는 항상 옳다'고 외치며 살아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강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진보언론의 비판적 기사를 문제삼으며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자신의 죄책감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는 '희생양 찾기'"라고 했다. 임기 3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14%대까지 추락한 점,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라는 비극적 결과가 나타난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강 교수는 "'어용 언론'을 요구하는 분들은 그런 결과에 대해 언론과 지식인의 책임을 묻습니다만, 이는 민중을 졸(卒)로 보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파가 2004년 '노무현 탄핵 '을 뒤집은 촛불,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압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 대통령 당선, 지난해 4월 총선 여권의 압승 등을 설명할 때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고, 안 좋은 일만 생기면 언론과 지식인 탓을 한다며 "너무 유치하지 않나"라고 했다.

참여정부 시기 진보언론의 정권 비판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비극적인 결과에 이르지 않게끔 성찰하라는 요구였다"며 "성찰을 하지 않아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면, 성찰을 하지 않은 쪽이 비판을 받아야지 왜 성찰을 요구한 쪽이 비판을 받아야 하나? 세상에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강 교수는 문파가 사실상 정부여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세태를 비판했다.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의전 정치'를 제외하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인 대통령이라며 이는 문 정권의 '컨트롤 타워' 부재라는 문제를 낳았고, 사실상 문파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또 강 교수는 여권 정치인들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수천통의 문파 메시지에 압박을 받으며 문파에 대한 아부 경쟁을 벌이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강 교수는 "문파 개개인은 훌륭한 분들일망정, 책임을 질 수 없는 익명의 감성집단이 지배하는 국정운영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문파가 문 정권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문파는 각자 선 자리에서 체감하는 작은 민생 문제들을 개혁 의제로 제안하고 관철시키는 노력을 하는 방식으로 문 정권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앞서 국민 다수가 '해장국 언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언론개혁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시민사회까지 가세한 정파성 투쟁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감시 자체의 정파성을 문제 삼기에 이르렀다"며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가, 이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 언론인이 결정된다. 수용자들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한겨레 칼럼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도 강 교수는 한겨레 기사에 달린 '협치 반대론' 성격의 댓글을 인용하며 이에 호응하는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 칼럼에서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배은망덕하게 굴어도 되는 건가? 박근혜 탄핵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던지 잊었는가? 당시 60여명의 여당 의원들과 보수 언론의 협력 없이 그게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문 정권 사람들은 그건 까맣게 잊고 모든 게 다 자기들 잘나서 정권을 잡은 것처럼 ‘싸가지 없는 진보’의 길로만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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