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타 안치용은 홈런으로 반전을 준비했고, 기아의 대타 이종범은 병살로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 SK의 11회 말 끝내기 안타로 두 팀은 1승 1패로 균형을 잡았습니다. 기아로서는 아쉬운 승부였고 SK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기아 벤치는 왜 한기주를 고집해야만 했을까?

1회 시작과 함께 선취점을 뽑으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가던 기아로서는 아쉬운 역전패였습니다. 이번 경기의 결정적인 패인은 안치용의 동점 홈런보다는 선발로 등판한 SK의 송은범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점에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 SK의 선발은 김광현을 제외하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펜의 힘만을 믿고 있는 팀의 불안전 선발 송은범을 상대로 효과적인 득점을 하지 못한 기아의 타선은 이미 SK 공략에 실패한 것입니다.

송은범이 4회 이상 공을 던지게 했다는 점에서 기아의 타선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 올 시즌 내내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변비 타선은 단기전에도 그대로 드러났고, 확실한 한 방을 갖추지 못한 팀의 한계는 결정적인 순간 승부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이용규가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하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가고 나지완의 철저한 팀 배팅은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1회 아쉽게 득점을 못한 것과는 달리, 선취점을 자연스럽게 올린 기아는 쉽게 SK를 잡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SK 역시 1회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제도 맹타를 휘둘렀던 정근우가 선두 타자로 안타를 치고 박재상이 볼넷을 얻어 나가며 곧바로 동점을 얻을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 타자들의 무기력한 공격은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정이 삼진을 당하고 박정권은 우익수 플라이로, 1차전 대타 홈런을 쳤던 최동수 역시 삼진으로 물러나며 반격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후 경기는 양 팀의 아쉬운 공격력은 팬들을 안타까움으로 몰아갔습니다. 2회 선두 타자인 김상현이 안타를 치며 다시 기회를 이어갔지만 안치홍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습니다. 최희섭의 타석에서 히트 앤드 런 사인이 났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으로 김상현은 2루에서 아웃을 당하고 최희섭은 삼진으로 물러나는 장면은 답답함의 극치였습니다.

SK 역시 2회 2사 후 정상호가 볼넷을 얻고 임훈이 안타를 치면서 1회에 이어 다시 한 번 두 명의 주자가 루상에 나섰지만 정근우가 허망하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장면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기아나 SK는 매회 주자를 내보내고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며 의외의 투수전이 이어졌습니다.

초반 흔들렸던 로페즈도 회를 거듭할수록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송은범은 의외의 호투로 기아 타선을 막아내며 전날 무리한 불펜 투수들에게 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5회 최희섭의 툭 맞춘 공이 펜스를 살짝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이어지며 2-0까지 벌어진 상황은 기아가 2연승으로 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좀처럼 타격감을 잡지 못하던 최희섭이 홈런을 쳤다는 것은 기아로서는 호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아의 공격력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최희섭이 완벽한 페이스에서 만들어낸 홈런이 아니라 휘둘렀는데 걸려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얻어 걸린 듯한 홈런을 마지막으로 기아는 추가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기아 타선이 침묵하던 것과 달리, SK는 5회 말 공격에서 1사 후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박재상이 3루타를 치며 2-1까지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주자를 3루에 두고도 팀의 중심타자들이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PO에서 환상적인 안타 행진을 보이고 있는 정근우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한 위안거리가 될 듯도 합니다.

오늘 경기의 승패는 7회 SK의 공격이었습니다. 힘이 많이 떨어진 로페즈를 다시 마운드에 올린 기아는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곧바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SK는 맞춤형 대타 작전을 사용했고 안치용은 시원한 동점 솔로 홈런을 날리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동점을 내주고 나서야 불펜이 가동되기 시작한 기아는 아쉽기만 했습니다. 7회 로페즈가 물러나고 양현종, 손영민, 한기주로 이어지는 불펜은 효과적으로 추가점을 주지 않았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양현종은 여전히 불안했고 안타에 이은 번트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인 손영민 역시 불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었던 김선빈은 기아가 연장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이었습니다. 최정의 투수 옆을 스치며 2루 베이스를 넘기는 안타성 타구를 김선빈은 다이빙 캐치를 하며 잡아 1루에서 아웃을 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수비 위치 선정도 좋았지만 완벽한 안타성 타구(안타가 되었다면 곧바로 역전이 되는 상황)를 완벽한 수비로 잡아냈다는 점에서 김선빈의 수비는 극찬을 받아도 좋았습니다. 손영민은 김선빈의 도움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 고의 사구를 내주고 마운드를 한기주로 넘겼지만 좀처럼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광주에서의 2연전 역시 불안함으로 다가오도록 합니다.

SK로서는 9회 마지막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이호준이 초구를 때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장면이 아쉬움 그 자체였을 듯합니다. 9회에만 볼넷이 3개가 나오며 심각하게 흔들린 한기주를 상대로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는 점은 SK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기아는 10회 선두 타자인 최희섭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차일목이 번트 실패를 하고 대타로 나선 이종범이 초구를 건드려 유격수 병살로 물러나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11회에서도 이범호의 큼지막한 타구가 펜스 아래 홈에 박히며 2루타를 만들어냈지만 중심 타선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점수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운명의 11회 선두 타자인 안치용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도 기아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박재상의 희생 번트로 1사 2, 3루의 절대적인 상황에서 최정은 3루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박정권을 고의사구로 걸러 2사 만루에서 선택한 이호준과의 대결에서 3볼 낫싱의 절대적인 어려움 속에서 2스트라이크 3볼까지 가는 상황에서 볼을 안타로 만든 이호준으로 인해 긴 승부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호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안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점은 고무적이었습니다. 많은 기회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고참으로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그가 결정적인 순간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아가 왜 한기주를 바꾸지 않았느냐는 점입니다. 4이닝을 던지며 72개의 투구로 2안타, 5사사구, 1실점을 한 한기주의 투구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4이닝 동안 불안한 투구는 SK에게 연이은 기회로 다가왔고 이런 상황에서도 한기주를 고집한 기아의 벤치는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어차피 원정에서 1승을 거둔 상황에서 한기주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중요한 고비에서는 투수를 바꿔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했지만 볼넷을 남발하는 한기주에게 계속 마운드를 맞기며 역전패를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두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SK나 기아 모두 무심한 타선이 문제로 거론됩니다. 믿었던 최정은 최악의 공격력을 보이며 수많은 기회를 무산시켜 승리할 수도 있었던 경기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기아 역시 이범호와 최희섭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다른 타자들이 효과적인 타격을 보이지 못하며 점수를 올리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어느 한 팀은 승리해서 PO에서 롯데와 대결을 벌여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전력으로는 결코 롯데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어렵게 이어가는 투수들의 문제도 걱정이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의 문제는 심각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서재응과 고든이 맞대결을 펼치는 광주에서의 3차전 역시 기교파 투수들을 맞아 두 팀의 타선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에 답답한 경기력은 여전할 듯합니다.

경기는 1:1로 균형을 맞추며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광주에서의 3차전은 1차전만큼이나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 경기를 가져가는 팀이 준PO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밖에 없기에, 광주 3차전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최정이 살아날 수 있을지, 타격감을 조율하고 있는 이범호와 최희섭이 폭발할 수 있을지는 준PO뿐 아니라 PO와 한국 시리즈를 위해서도 두 팀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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