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JTBC가 기획 중인 드라마 '언더커버'를 '공수처 홍보물'로 규정, 법적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방송사 드라마 기획·제작·편성에 간섭하려 한다며 표현의 자유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2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JTBC는 감성적 영역에까지 공수처를 정의와 인권, 여성으로 포장해서 드라마를 선동과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며 "다시 한 번 공개경고한다. 프로그램 기획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JTBC가 향후 방송편성과 보도에서 중립성을 훼손하고 계속 이런 문비어천가를 고집할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JTBC 2021년 상반기 드라마 '언더커버'

JTBC ‘언더커버’는 영국 BBC 드라마 ‘언더커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옛 안기부 요원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JTBC '언더커버'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어 "한마디로 '공수처 홍보물'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고 있는 공수처장을 미화한 드라마를 기획한 것은 정권의 입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숨길 수 없는 독재 DNA"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교묘하게 활용할 때 독재는 완성된다. 특히 소재와 주제에 대한 개입은 검열이라고 부른다"며 "독재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탈함으로써 독재를 완성했다"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은 지금 이 시대에 괴벨스의 말을 소환하며 주장한다. 공수처 소재의 드라마가 마치 선동의 매개인 것처럼 말이다"라며 "독일 나치 시대, 혹은 대한민국의 70~80년대처럼 ‘영상을 국가 선전물’로 만들던 시대로 착각하고 있나 보다. 제발 2020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를 소재로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 대한 국민의힘측 방영 철회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은 앞서 25일 낸 성명에서도 국민의힘을 향해 "무슨 근거와 권한으로 특정 방송국의 드라마 기획, 제작, 편성에 간섭하고 '조치'를 운운하는가"라며 "혹여 정권 비판 언론인을 탄압하고, 시트콤 대사 하나 하나까지 제재했던 ‘왕년’을 추억하는 것이라면 이쯤에서 자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은 앞으로 검찰이 나오는 드라마는 '검찰 홍보물', 경찰이 나오는 드라마는 '경찰 홍보물'이라고 할텐가"라고 반문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KBS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방송법 제정 33년만에 해당 조항 위반으로 첫 유죄 확정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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