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자 “경찰 발표에는 피고소인들만 존재하며 피해자는 삭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피고소인 사망에 따라 비서실장 등에 대한 추행 방조 고발 사건은 증거 부족에 따라 각각 ‘공소권 없음’과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일주일 뒤인 지난 7월 16일부터 5개월 동안 전담 수사 TF를 구성,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임·방조 사건도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은 피해자와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조사했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위한 압수영장을 2차례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피해자를 겨냥한 2차 가해와 관련해 온라인에 악성 댓글 등을 작성한 혐의로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제3의 인물 사진을 피해자로 지목해 온라인에 게시한 6명은 기소 의견으로, 6명은 기소중지 의견(해외체류·인적사항 미상)으로 송치했다. ‘피해자의 고소장’이라는 이름의 문건을 유포한 5명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경찰은 뻔히 예상되었던 ‘공소권 없음’을 반복하며 혼선을 가중시키고 결국 은폐, 회피를 원하는 세력이 마음대로 왜곡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공동행동은 비서실 압수수색, 박 전 시장의 핸드폰 포렌식 수사 요청이 법원에 의해 번번이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발표를 촉구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경찰이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왔던 내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소한의 발표가 있어야 피해자가 겪어온 폭력과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권리라도 지켜질 수 있고, 피고소인에게 사망 책임을 묻기보다 대대적인 애도를 조직하기 바쁜 세력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를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지금까지 스스로 확인해왔던 내용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상의 내용이라며 밝히기를 꺼려했다”며 “모두가 애초부터 알고 있었던 ‘공소권 없음’이라는 현행 규정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오늘 경찰 발표에는 피고소인들만 존재하며 피해자는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찰수사는 애초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며 “경찰은 피해자가 인사고충, 성고충을 호소했다고 진술한 20여 명의 서울시 전 현직 직원에 대해 진술을 받았지만 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이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떤 수사도 진행한 바 없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왔지만 경찰은 현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부정의, 무책임, 혼란과 2차 피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할 수 있는 역할도 방기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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