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검찰이 1년 반 만에 '박수환 문자 사건’과 관련된 조선일보 논설위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3일 “민언련과 민생경제연구소가 지난해 3월 구체적으로 혐의와 증거가 드러난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 윤영신 논설위원,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1년 반이 지나 피고발인 중 윤영신 논설위원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윤 위원에 대해 지난 10월 12일 불기소를 통보했다. 민언련과 민생경제연구소는 지난 17일 법원에 수사재개를 요청하는 항고장을 제출했다.

2019년 2월 1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④ '1등 신문'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보도 화면 (사진=뉴스타파)

뉴스타파는 2019년 1월 28일부터 8차례에 걸쳐 이른바 ‘박수환 문자’ 사건을 보도했다. ‘박수환 문자’ 사건은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언론인들 사이에 금품 수수 및 기사·인사 청탁 의혹을 말한다. 박수환 문자에 등장한 언론인 179명 중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박 전 뉴스컴 대표로부터 현금·수표·상품권 등과 골프접대 등을 받았고 특정 회사에 유리한 칼럼 게재를 부탁받았다.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는 박 전 대표와 계약한 GE사에 유리한 칼럼을 작성하도록 당시 문화부장에게 지시했으며, 윤영신 논설위원은 외부 칼럼을 기고자에게 알리지 않고 박 전 대표에게 보내 GE사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같은 해 3월 민언련과 민생경제연구소는 기사거래 의혹을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 윤영신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윤 위원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에서 ▲박수환으로부터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을 잘 검토해 달라는 문자를 받은 건 사실 ▲2013년 9월 5일 조선일보에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이 게재된 사실 ▲GE와 뉴스컴 간 홍보대행 계약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수환으로부터 외부 기고자의 기고문을 받은 것은 정당한 취재활동의 일환일 뿐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고 기사 게재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 등을 수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여 범행을 극구 부인한다’는 피의자 입장과 문자메시지 내용만으로는 박수환으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2019년 2월 1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④ '1등 신문'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보도 화면 중 하나로. 윤영신 논설위원이 뉴스타파에 보낸 의혹에 대한 입장이다. (사진=뉴스타파)

민언련은 “1년 반을 지나 불기소 처분 한 검사가 얼마나 충실히 수사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윤 위원이 박 전 대표로부터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을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인데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것’을 밝히는 것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는 윤 위원 측 주장에 대해 “외부 기고자가 조선일보를 믿고 보냈을 글을 로비스트에게 맡겨 무단 수정해 게재한 것이 어떻게 정당한 취재활동이냐”며 “기고자도 ‘나름 논리적으로 써서 보냈는데 엉뚱하게 글을 잘라서 내보냈다’고 항의했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검찰의 이번 불기소 결정이 송희영 전 주필에 대한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을 기소하며 총 4947만원의 금품수수액을 제시했으나 1심에서는 골프접대 147만 원가량만 대가성으로 인정했고, 2심에서는 이조차 인정되지 않았다.

민언련은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지난 잘못을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언론과 검찰로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일보와 사주일가와 관련된 사건 대부분은 이와 같이 처리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상훈 주필은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칼럼에서 ‘보수정권도 조선일보를 위협하고 조사했다. 기자들을 해고하라하고, TV조선 재승인으로 협박하고 다른 언론을 동원했다’고 적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왜 정권에 의한 언론인 탄압을 수사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민언련과 민생경제연구소의 고발로 검찰에 계류돼 있는 조선일보 관련 사건은 4건이다. 2018년 3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무마를 위한 TV조선의 불법거래’, 2019년 2월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정오 씨의 횡령·배임’, 2019년 3월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사건’, 2019년 6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배임 혐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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