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로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정된 가운데 조선·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두 후보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거나, 야당 거부권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이유로 '민변 검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는 모두 여야가 아닌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했다. 두 후보의 출신과 경력 등은 중립적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공수처 무력화'를 위한 법적대응을 예고했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시간끌기와 반대표 던지기로 일관해 온 국민의힘에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2인으로 김진욱(54·사법연수원 21기)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왼쪽)과 이건리(57·16기)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28일 최종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 연구관과 이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 연구관은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서울지법 판사, 헌재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 당시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다. 이 부위원장은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퇴임 후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힘 몫 공수처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후보 선정 표결에 불참했다. 한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후보 추천 권한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추천위는 이미 추천이 끝났다는 이유로 한 교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추천위는 지난 18일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출하려 했지만 국민의힘 추천위원 임정혁 변호사가 사퇴하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후임 추천위원을 새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일을 연기했다. 23일까지 공수처장 후보자도 추가로 추천받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방기했다. 국민의힘은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9일 동아일보는 사설 <중립성과 역량 모두 갖춰야 공수처장 자격 있다>에서 사실상 두 후보를 부적격 판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이 부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권익위 부위원장과 5·18 특조위 위원장을 맡은 점을 들어 "중립적인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연구관에 대해서는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는 이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현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으나 친조국 인사인 민변 출신 황희석 변호사에게 밀려 탈락한 적이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후보가 추천된 이상 처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마지막 기대는 대통령에게 할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은 스스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 기준에 맞는 후보가 없으면 새로운 후보 추천을 요구하는 것도 대통령다운 결단"이라고 했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사설 <공수처 강행·변창흠 임명, 文 '사과'는 대체 무슨 뜻이었나>에서 "정부 여당이 주도하는 공수처장 추천위가 야당 반대를 무시한 채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단독 추천했다"며 "정권은 이미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 검사·수사관의 자격 요건을 낮췄다. 법원이나 검찰 경험도 없는 민변 변호사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공수처 검사·수사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낙점한 사람이 처장을 맡고 민변 검사들이 그 밑에 포진한 강제 수사기관이 곧 출범하게 되는 것"이라며 "막무가내 속도전이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표적수사'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정권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해서 윤 총장을 찍어내려 했는데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가장 먼저 검찰이 수사하는 정권 불법 수사를 강제 이관받을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12월 29일 동아일보·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공수처 검사 23명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를 통해 꾸려진다. 공수처장,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 위촉 1명, 여야 추천 인사위원 각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검사 자격은 변호사 경력 7년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수진영의 주장을 요약하면 '중립적이지 못한 공수처장이 임명돼 민변·시민단체 인사들로 공수처 검사·수사관을 채워 윤 총장 표적수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의 기본전제는 두 공수처장 후보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이력 상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는 사례는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이날 관련 기사에서 "김 연구관은 2019년 5월 법학논총에 게재한 논문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한 소고'에서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를 대의민주제 원리 위반, 법치주의 정신 훼손이라고 결론내리면서도 구체적인 논증과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연구관은 헌재 내 보고서를 만들 때 좌우 양쪽을 항상 고려하는 훈련을 한다. 중립적인 시각을 지킨다는 점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헌재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이 부위원장은 '원칙주의자'로 분류된다"며 "지난해 2월 권익위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같은해 9월 부인이 기소됐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수행에 대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뿐 아니라 윤 총장이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하게 한 것도 이해충돌로 해석했다"면서 "이 부위원장 지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기 3년 중 절반을 남기고 사의를 표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권익위 남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12월 29일 <판사출신 김진욱, 검사출신 이건리 … 야당 측 퇴장 뒤 의결> 갈무리

이날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 참여 없이 이뤄진 공수처장 후보 선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문 대통령에 신중한 지명을 당부하면서도 소송전을 예고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끝내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이뤄진 것은 공수처 중립성 논란이 계속될 여지를 드러낸다"면서 "하지만 여기에는 야당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추천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시간을 끌었고, 야당 몫 추천위원들은 앞선 후보 추천 회의 때 줄곧 반대표를 던져 7명 중 6명 동의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못했다. 법 개정 후 추가 후보를 추천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 역시 방기했다"며 "논의 과정에서는 처장 후보 추천에 반대만 하다가 이제 와서 소송을 불사하겠다니 국민의힘이 정치 공세 외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는 국민의힘이 또다시 공수처 저지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을 여당이 강행한 데는 국민의힘 책임도 크다. 타협과 절충을 거부하고 공수처 출범 절차마다 무조건 반대와 시간끌기로 일관한 것이 빌미가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은 더 이상 어깃장을 놓지말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제1야당으로서 인사청문회에 참여해 후보자 검증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5개월이나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킨 국민의힘이 또다시 후보 추천을 막으려는 행동을 정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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