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시청자위원회에서 <저널리즘 토크쇼J>의 비정규직 계약해지 논란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

28일 공개된 ‘12월 KBS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다섯 명의 위원들이 연달아 <저널리즘 토크쇼J> 시즌2 종영과 관련된 논란을 지적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저널리즘 토크쇼J> 마지막 방송일로부터 나흘 지난 17일 열렸다.

12월 13일 KBS1TV <저널리즘 토크쇼J> 방송 화면 (사진=KBS)

이날 시청자위원회에서 비정규직 계약해지 논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 최진협 시청자위원은 “수많은 진행자와 스태프들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KBS가 반복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매우 크다”며 운을 띄웠다.

권순택 위원은 “KBS가 보인 대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KBS는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한국독립PD협회 성명을 보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제작진이 있다고 한다. 공영방송 KBS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프로그램 종영과 편성변경을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현시대의 요구”라며 “저널리즘 토크쇼J가 그들을 동료로 생각했다면 개편 과정 논의에 참여시켰을 거라던 한승연 기자의 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지난달 25일 <저널리즘 토크쇼J> 출연자들이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종영 인사를 하는 자리에 제작진이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프로그램 종영을 결정하고 통보한 주체는 출연자들이 아닌 KBS였을 텐데 그런 점에서 KBS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권 위원은 이번 논란이 <저널리즘 토크쇼J>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개그콘서트' 종영으로 수많은 개그맨, 개그우먼들이 자리를 잃었고 이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후배 개그맨들의 사연에 이수근 씨는 ‘KBS가 문제’라고 말했다. '거리의 만찬'의 경우 양희은 씨가 ‘여자 셋이 잘린 것’이라고 밝히며 논란이 확장됐고 시즌2는 방영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번에는 '저널리즘 토크쇼J'”라며 “KBS가 공영방송의 이름에 걸맞은 종영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는 “KBS는 더이상 관행에 기대지 말고 전사적으로 점검에 나서야할 때”라며 “KBS 내에 비정규직 노동이 얼마나 존재하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고 있는지, 계약을 맺고 있는지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임 위원은 “비정규직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통보 이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KBS 뉴스9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판,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 정작 KBS 조직 내부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적용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사건을 통해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저널리즘 토크쇼J가 제작진의 내부 고발로 인해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문제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는 것에 대해서 KBS가 조금 더 심각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했다. 지성욱 위원은 “KBS는 자사의 언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 언론 산업 고용구조에 대한 해명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장원 시사제작국장은 “개편 논의 과정에 제작 스태프들이 참여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느꼈을 소외감 등의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싱각한다”며 “이런 입장은 개편 결정 직후부터 팀장, 부장, 국장 등 프로그램 책임자들이 스태프들과 여러 차례 면담과 회의를 통해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속 조치로 <저널리즘 토크쇼J>의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KBS에 요구한 ‘비정규직 인력 운영제도 개편’을 사내 관련 부서에 전달해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 스태프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던진 '프로그램 단위 인력 운용')

임 국장은 <저널리즘 토크쇼J> 마지막 방송으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다룬 데 대해 “자기 프로그램에 대해 제기된 문제를 스스로 집중 조명한다는 것은 한국방송사에 또 언론사에 유례없는 일이라는 점도 함께 감안해 달라”며 “이 모두가 성역 없는 비평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또 미디어비평을 더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제작진의 진심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임병걸 부사장은 “KBS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2년 전에 노동사회연구원을 통해 대대적인 조사를 하는 등 개선하는 방안들의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부사장은 표준계약서 미작성 논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논의를 하고 이를 반영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이 문제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놓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과제는?

시청자위원회에서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과 차기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성우 위원은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훌륭한 저널리스트를 길러내는 언론 전문가 양성의 역할까지 수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 보도 비평에 대해 KBS가 너그러이 수용하거나 건강하게 확산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준현 위원은 “<저널리즘 토크쇼J>의 패널 구성의 편중이라든가 내용에 있어서 정파성, 편파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는 극복해야 될 과제였고, 앞으로 내외부적 비판 지점을 고려해 어떤 틀과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이에 “저널리즘 토크쇼J의 내부 비판이 불편해서라기보다는 지금보다는 좀 더 유용한 형태의 다른 비평 프로로 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나올 새로운 프로들은 이런 고민들을 좀 더 건전화하고 언론학자, 언론 산업계 현장, 수용자들과의 관련한 조사를 통해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시사제작국장은 프로그램 중단 이유에 대해 “2년 반 동안 방송이 계속되면서 내부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이 쌓여왔다”며 “비평의 소재와 더불어 프레임 위주의 비평 형식이 반복되는 점, 복잡 다양해진 언론 생태계에서 소비자 이슈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생산자 위주, 레거시 미디어 중심으로 비평이 이루어져 온 점,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편향성 논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며 시청 층이 고착화된 점 등으로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에 프로그램 내 부분적인 조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큰 변화를 앞두고 쉬어가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시사제작국장은 “종영을 한 달 정도 남기고 개편 결정이 이루어진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지만 보도본부는 인사와 연말 연초 특집편성 등 더이상 결정을 미루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시즌2 마지막 방송이 끝나자마자 KBS 시청자 패널들을 대상으로 시즌2 종방과 개편 프로그램 관련 설문조사를 공영미디어연구소에 의뢰하는 등 개편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언론학계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해외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 분석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시사제작국장은 “내년 1분기 안에 개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과 준비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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