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실명과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는 것은 '2차 가해'이자 '처벌대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23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 내용을 공개한 경기신문 기사를 공유하며 피해자 실명이 담긴 세 편의 편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김 교수는 게시글에서 "자, 어떻게 읽히십니까. 4년 간 지속적인 성추행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한 여성이 쓴 편지"라며 "여당의 장관 후보자들은 박 전 시장 관련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했다. 시민여러분들의 판단을 기대해본다"고 적었다. 현재 게시물에 피해자 실명은 지워진 상태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해당 편지를 공개, 편지를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샤진=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2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질의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2항은 '누구든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2차 가해가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서 의원 질의에 "의도는 모르겠다"면서 "여가부가 취해야 할 피해자보호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 고위공직자의 성폭력과 관련된 일들이 예방될 수 있도록 여가부 차원의 조치와 대책들을 열심히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민경국 전 비서관, 김민웅 교수. 두 사람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이들의 행위는 폭력이고 2차 가해다. 경찰은 즉시 가해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준비위원장은 "피해자가 쓴 손편지는 성폭력 사실을 부정하는 아무런 증거가 될 수 없다. 시장의 생일마다 비서실 직원들이 다 같이 쓰는 편지는 그 어떤 증거도 아니다"라며 "'을'의 위치에 서본 적 있다면, 윗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아랫사람들이 편지를 쓰는 등 애정과 존경을 꾸며내기라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편지를 공개한 의도 자체가 피해자의 증언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SNS 포스팅 자체가 2차 가해의 증거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논란 이후 김 교수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게 어떻게 위법행위인가. 보는 이들의 판단을 물었을 뿐"이라며 "저는 이 손편지에 대해 아무런 성격 규정을 한 바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 실명노출에 대해 "의도치 않은 과정상 기술적 착오였다"며 "게시 즉시 곧바로 실명을 가렸다"고 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박 전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권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으로 규정했다. 다만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지칭하는 데 대해서는 "이미 고인이 됐다. 여러가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원인을 제공한 집단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질의에 정 후보자는 "정부와 연관되는 부분에 대해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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