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SBS에 3년 재허가를 결정하며 부가한 방송 사적이용 금지, 성실협의, 투자 등의 조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가 환영 입장을 냈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SBS에 재허가 조건으로 ▲최다액출자자(TY홀딩스) 등에 유리한 보도·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방송이 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 ▲SBS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 ▲SBS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다액출자자 투자 등 기여방안을 마련할 것을 부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는 서명운동, 방통위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대주주의 재투자, 독립감사 등을 조건으로 부가해달라 요구해왔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이는 SBS본부가 방통위에 지속해서 요구해온 재허가 조건들이다. SBS본부는 24일 노보를 통해 “SBS 재허가 심사 결과는 SBS 조합원들의 요구가 대폭 수용되면서 마무리됐다”며 “‘TY홀딩스 체제 출범이 SBS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윤석민 회장 직할 체제 구축에 속도를 냈던 사측의 구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음이 증명된 셈”이라고 평했다.

방통위가 SBS에 부가한 재허가 조건의 핵심은 ‘대주주 투자 의무부가’다. 방통위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통한 SBS 최다액 출자자의 투자 등 기여방안을 담은 미래발전 계획을 SBS 종사자 대표와 협의해 마련하고, 21년 6월 말까지 방통위에 제출하라”고 명시했다. SBS본부는 “방통위가 대주주에게 ‘투자 등 기여방안’을 내놓으라고 못 박았고 서명운동 등을 통해 대주주의 재투자를 강제해달라 요구한 SBS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관철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SBS 자회사 개편 계획을 포함한 SBS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SBS 최다액 출자자 및 SBS 종사자 대표가 함께 성실히 협의해 21년 4월까지 방통위에 제출하라’는 조건에 대해 SBS본부는 “방통위가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라는 조건이라고 못 박은 것"이라며 "대주주와 사측은 ‘성실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SBS본부는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문제에 대한 ‘TY홀딩스 지배주주, TY홀딩스 및 그 계열사에 유리한 보도, 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방송이 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란 조건에 대해 “SBS 직접 지배를 통해 방송을 다시 사유화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대주주에 의한 방송의 사적 이용 금지를 명시한 조건이 부가됐다”고 해석했다.

앞서 2004년 SBS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을 통해 태영건설의 하수처리 사업장 건설 수주를 도왔다는 의혹 ▲2014년 태영건설이 추진하던 경기도 광명 KTX역 인근의 역세권 개발 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SBS를 홍보에 동원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7일 뉴스타파는 태영그룹이 SBS 보도국 기자들을 동원해 정부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외에 SBS의 경영 투명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방송 전문경영인 제도 유지와 독립적 사외이사 복수 위촉, 감사제도 강화 등을 이행하는 조건을 붙였다. SBS본부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주주와 사측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축출하며 지난 10여 년간의 노사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며 “이 기회에 SBS 사측과 대주주는 유명무실한 감사위원회를 해체하는 대신, 감사선임권한을 기타 주주 및 종사자 대표 측에 위임하는 결단을 통해 스스로 경영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BS본부는 대주주와 사측을 향해 “재허가 조건은 대주주 및 SBS 사측에 이행 책임이 있으며 불이행할 경우 방송사업자의 자격 박탈까지 가능한 제재와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주주와 사측은 이번 방통위 재허가 심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진정한 의미의 ‘성실 협의’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난 14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허가 점수에 미달한 SBS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재허가 조건 부과 촉구했다. (사진=방송독립시민행동)

한편 방통위의 재허가 결정 다음날인 18일 시민단체 연대체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성명을 내어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요구했던 주요 조건들이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됐다”며 “방통위의 의지가 이후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까지 관철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우선돼야 할 방송을 대주주가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견제와 감시 장치가 마련됐다"며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지상파 민영방송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에 대해서는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 중 종사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해야 하는 조건이 네 가지나 되니 더 이상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미룰 때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노사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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