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5억원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주요신문들은 정 교수가 우리사회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했다.

다만 신문 일각에서는 정 교수에 대한 법원 선고결과에 비춰볼 때 검찰의 대대적 수사의 적절성 여부를 함께 짚었다. 특수부를 총동원한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는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겨레 24일 <정경심 ‘입시비리’ 모두 유죄…징역 4년 법정구속>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은 23일 정 교수에 대한 15개 혐의 중 11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는 전부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자녀 입시서류 7개를 모두 허위로 봤다. 법적 공방이 치열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7개 허위 서류 중 2개는 조 전 장관이 연루돼 있다고 봤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인턴 확인서 발급과 호텔 인턴 증명서 위조에 조 전 장관이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자금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투자한 뒤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1억 57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다. 정 교수가 투자한 돈의 수익금으로 생각했을 수 있고, 횡령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거래를 했다는 혐의, 코링크PE 직원들에게 동생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해 대법 양형기준(2년 6개월) 이상의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법정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 교수측은 여론 공격에 방어한 노력들이 오히려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돼 우려스럽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주요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1심 재판부 판결을 존중했다. 경향신문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유죄로 본 법원의 판단은 충격적일 정도로 엄중하다"면서 "비록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가 '입시 시스템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하는 행위, '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을 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조 전 장관 일가의 '부모 찬스'와 고급 스펙에 대다수 청년들이 느낄 허탈감과 상실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급심에서 무죄를 다투더라도 조 전 장관이 시민들에게 사과 표명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썼다.

서울신문은 "입시비리 혐의는 당시 특수목적고 재학생과 학부모들 간의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위법이기보다는 윤리의 문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라며 "우려되는 지점은 법원의 1심 선고로 또 진영으로 나뉘어 국론이 분열될까 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시기인 만큼 서로 자제하고 상급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주요 보수언론은 조 전 장관측과 정부여당 비판에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조씨(조 전 장관)를 의인인 양 떠받드는 사람들을 보면 정부 인사가 아니라 조폭 단원 같다"며 "이들이 또 무슨 강변을 하며 눈을 부라릴지 모른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조국 사태는 현 집권세력이 깊은 성찰을 통해 과거 청산에만 머물던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었다"며 "현 집권세력은 법원의 단죄 앞에서 공정, 정의, 법치와 같은 민주주의 가치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돼 가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범죄 사실을 검찰의 조작으로 호도한 조 전 장관과 그를 추종하는 이들의 억지가 법정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조 전 장관측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사람으로 몰았고, 검찰의 불법 행위 적발을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프레임이 작동 중"이라고 했다.

24일 한겨레, 한국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1심 재판부 판결과 별개로 '조국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를 검찰 스스로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의 완승도, 조 전 장관 부부의 완패도 아니다"라며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자녀 입시 비리는 모두 유죄로 판명 났지만 사모펀드 투자 의혹 중 혐의가 가장 중한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한 횡령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 차명거래 등에 대해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횡령에 비하면 죄의 무게가 가볍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개혁 지향 학자이자 도덕성을 강조하는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비리가 법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점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과 분노, 허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며 "조 전 장관은 항소한다는 입장이나 그에 앞서 자녀 입시 비리로 상처가 덧났을 청년 세대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검찰에도 과제는 남았다. 조국 일가 사건 당시 검찰의 반인권적 저인망(배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수산물을 쓸어담는 구조의 어망) 수사는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1심 선고 결과를 봐도 과연 이 사건이 특수부를 총동원한 메머드급 수사팀으로 수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할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결정이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형해화시킨 정치적 행위로 비치는 이유"라며 "윤 총장은 총장직 복귀 시 첫 일성으로 저인망 수사에 대한 사과와 폐기를 약속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 교수는 법적·도덕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부모의 기득권을 이용해 입시 경쟁에서 우월한 지이를 누리는 현상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린다"며 "입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벌 기조는 정 교수 사건에 국한돼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은 그동안 검찰이 대대적 수사를 벌였는데도 기소 내용이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일부는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입시 비리 역시 사안의 성격은 중대하지만, 한 가족을 겨냥해 과도한 수사력이 집중됐다는 점은 여전히 돌아볼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검찰은 정 교수를 청문회 종료 직전 전격 기소했다. 이를 두고 언론 일각에서는 검찰의 과도한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검찰이 당사자 소환조사없이 서둘러 기소를 결정한 점, '권력형 비리'로 보기 어려운 사건에 특수부 검사를 대거 투입해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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