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 마련 등을 지상파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면서 방송작가·스태프 등 ‘방송계 을’들의 환영 입장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를 대상으로 부과한 비정규직 관련 재허가 조건은 ▲매년 방송사별 비정규직(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등) 인력 현황 및 근로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해 방통위에 제출하고 이행실적을 매년 4월 말까지 제출 등이다. 방통위가 방송사 재허가를 결정하면서 비정규직 관련 내용을 조건으로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은 24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없이 지상파 재허가 없다> 성명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노조 출범 직후부터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의 처우 개선 문제를 지상파 재허가 조건으로 반영해달라고 줄곧 요구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거듭된 요구에 대한 응답이자 방송계 불공정 노동 개혁을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비정규직자의 실태 파악은커녕 자료공개 요구조차 거부해온 지상파 방송사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면서 “KBS와 MBC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실태조사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에서는 비정규직자 문제의 심각성을 연일 보도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의 비정규직자 문제는 감추고 쉬쉬하려 드는 게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사라는 거대 권력에 제동을 걸고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방통위 또한 책임을 방기해 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고 이한빛 PD, 박환성·김광일 PD를 죽음으로 내몬 방송사들은 어떤 제재와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방통위 조치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방치되어온 방송사 비정규직자 문제를 풀어갈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지상파 재허가 과정에서 방통위가 비정규직 종사자의 ‘공정한 서면계약’ 체결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준수 여부를 방송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채점사항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예술인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됐지만 정작 대다수 방송작가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고용보험 가입의 필수 요건인 서면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74.8%는 서면계약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재허가 조건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항목 추가를 환영한다> 논평에서 “방통위가 점차 실제로 방송과 미디어를 만드는 ‘노동자’를 향해 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지표와 마찬가지”고 했다.

한빛센터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비정규직 인력들이 매일매일 무수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헌신함에도 제대로 된 양적 실태 자료 하나 없었다”며 “당연히 방송 노동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다시 방치되며 몸과 마음을 다쳐갔다”고 지적했다.

한빛센터는 “방통위는 지상파를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 기관이지만, 오랜 시간 방통위는 이 힘을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지를 모르는 모습의 연속이었다”며 “시민이 부여한 정당한 힘을 방송 노동자의 권익을 위하여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길 기원한다. 방통위가 향후 ‘비정규직 처우 개선’ 항목을 어떻게 재심사하고, 이를 심각하게 위반하였을 경우 어떠한 조치를 내릴 것인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