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롱한 EBSi 인터넷 강의에 대해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지난 2018년 11월 심의 이후 2년 만에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4기 방통심의위가 임기 만료 전 방송유사정보 심의 기준을 정한 것은 성과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에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했다는 점은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EBSi 사회탐구 영역 강사 권 모 씨는 2018년 9월 인터넷 강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권 강사는 11세기 동아시아의 역사적 사건을 쉽게 외우는 요령을 “서강대 전연이 귀하당”이라고 소개했다. 강의 모니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과 모교인 서강대 사진이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2018년 11월 EBSi 심의를 진행했지만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의결을 2년간 보류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21일 방통심의위는 방송유사정보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적용, 행정지도·법정제재 없이 시정권고('시정을 권고한다'는 선언적 의미) 부과’라는 심의기준을 정했다. 방송소위는 23일 회의에서 EBSi에 품위유지·방송언어 조항을 적용해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방송사가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는 정보는 방송유사정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EBSi가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유사정보는 방송사업자가 인터넷에서 배포한 영상물을 말한다. 온라인 영상이 방송유사정보에 해당하려면 방송사 대표가 인터넷 홈페이지 대표를 겸하고 있어야 하며 영상물에 ‘방송·TV·라디오’ 등 명칭이 들어가야 하고 별도의 편성표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방송사 대표가 인터넷 홈페이지 대표를 겸하고 있는 곳은 EBS·불교방송·국악방송·TV조선·채널A·연합뉴스TV 등이다.

방통심의위가 방송유사정보에 대한 심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1기~2기 방통심의위는 특별한 기준 없이 방송유사정보에 법정제재·행정지도를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EBSi 심의를 계기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방통심의위가 과도한 제재를 내려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행 방송법이 OTT·인터넷 방송 등 온라인 정보를 규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방통심의위가 방송유사정보에 대해 제재를 내린 것은 과잉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가 방송유사정보에 선언적 의미의 ‘시정권고’를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과잉 행정이라는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심의가 아닌 방송심의규정은 논란이 예상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온라인 정보를 방송으로 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보기 서비스'의 경우 방송으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 전용 영상은 방송과 인터넷 중간에 위치해 있다.

형평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EBS, 불교방송, 연합뉴스TV 등 일부 방송사 온라인 영상이 방송유사정보에 해당한다. 홈페이지를 분리 운영하는 방송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한 EBS·불교방송 등이 자회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유통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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