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3월 '자진 폐업'한 지상파 라디오 경기방송(FM 99.9MHz)의 방송통신위원회 사업자 공모가 연말이 되도록 시행되지 않으면서 해고된 경기방송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폐업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공모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23일 '새로운 사업자 선정 공모 촉구를 위한 온라인 집회'를 개최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애초 10인 미만 인원들로 조를 나눠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앞에서 집회 진행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집회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3일 0시부터 경기도를 비롯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는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23일 '새로운 사업자 선정 공모 촉구를 위한 온라인 집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집회에는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15명과 경기방송 청취자들이 참여했다. 경기방송 보도국 공채 1기 최일 경기방송지부 부지부장은 "방통위가 경기방송 폐업 이후 조속히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해 노동자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해왔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 부지부장은 "방통위가 조속히 공모를 시행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루는 사이 해직 노동자들은 정신적·경제적 모든 면에서 피폐해져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정진 경기방송지부 조합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99.9MHz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빨리 진행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서두르겠다는 말 뿐"이라며 "방통위가 공모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방송 폐업 사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방송법상 소유·경영 분리원칙에 따라 방송 소유자를 경영에서 분리시키자 이에 반발한 소유자가 '자진 폐업'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경기방송 이사회는 지난 2월 20일 폐업을 결의했고, 경기방송은 3월 16일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은 부동산임대사업만 남기고 방송업 등 사업 일체를 정리했다. 경기방송은 3월 29일 경기방송은 프리랜서 60여명을 해고하고 동시에 방송 송출을 중단했고, 5월 7일에는 정직원 2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경기지역 주민의 청취권 보호를 위해 신규 방송사업자 선정 등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또 유사 사례 발생에 대비하여 방송사업 폐지의 절차, 청취권 보호 대책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송사상 초유의 지상파방송 '자진 폐업'은 방통위 차원의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방송법상 허점을 드러냈다. 방송법에 폐업 시 신고의무만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방송 노동자들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는 경기방송의 '지역 공영방송' 모델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의회 제안에 따라 '경기교통방송 설립타당성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애초 11월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늦어지고 있다. 경기방송지부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10월경 경기도 출자기관의 방송사업 착수를 위한 '경기도주식회사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경기도의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경기도주식회사 사업 종목에 방송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경기도와 의회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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