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정책을 비롯해 파편화된 미디어정책이 공정한 미디어생태계 조성과 미디어산업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이뤄진다.

각 정부부처간 미디어 정책 주도권 경쟁과 뉴미디어를 포섭하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법체계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디어정책 통합 컨트롤타워가 시급한 과제로 요구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OTT와 레거시 미디어를 이분법적 구도로 상정하는 것에 대해 '콘텐츠 없는 플래폼 성장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국내 미디어생태계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 세미나 (미디어미래연구소 유튜브 방송화면)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국내 미디어생태계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미디어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이 중요한 시국에 미디어정책의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내놓은 대책을 보면 협심해서 대책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그냥 각 부처에서 해온 걸 내는 것이지 정말 합의해서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출발은 거버넌스 정비다. 이 부분을 풀어야만 OTT 문제도 풀리고, 글로벌 OTT에 대한 대응도 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이 정부가 2년 정도 남았는데, 이미 지나서 힘이 떨어져 안했다고 하기보다는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그런 틀을 만드려고 노력했으면 한다"며 "적어도 다음정부에서는 이런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규제완화·수평적 규제체계('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도입 등의 규제정책 고민을 후순위에 뒀다. 통합정책기구 설립과 규제·진흥 대상에 대한 법적 개념 정립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최 박사는 "규제완화가 과연 만병 만병통치약인가. 방향은 맞지만 모든 걸 해결하거나 최우선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평규제체계 도입 시 레거시미디어에 대한 규제완화와 신규미디어에 대한 규제강화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문화적 규제에 대한 논란 또는 시장발전 저해 논란을 동반하기 때문에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정책적 고민의 우선 순위로 공·민영 섹터의 명확화, 즉 공영방송에 대한 틀부터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튼튼한 축을 만들었을 때 광고시장 문제도 재조정되고, 유료방송 시장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서 "혁신의 문제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가 혁신을 해야하는데, 이미 M&A를 통해 통신사업자가 돼 버렸다. 통신사업자는 규모의 경제, 통신에 방송을 결합해 끼워팔기를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업자들을 어떻게 혁신하게 할 것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글로벌 OTT 대항이라는 목표 아래 펼쳐지는 정부 정책 주체와 내용이 불분명해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추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최근 코로나 이후 온라인영화유통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해보니 국내 영화사들이 전부 넷플릭스에 줄을 서면서도 '우리가 이래도 되는지 너무 불안하다'고 한결같이 얘기했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콘텐츠IP가 글로벌사업자로 빠져나가는 현실이다. 향후에 OTT산업과 기존 레거시미디어 시장은 전혀 다른 규제를 받는 시장이기 때문에 두 시장간의 공정한 규제 틀을 마련하는 데에 정부의 시급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정부부처 이기주의'가 여전히 문제라고 본다"며 "8월 OTT 협의체 만든다고 했는데 여전히 부처간 이기주의로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경쟁해 진전이 없다. 정부가 부처 이기주의 버리고 OTT 관련해서는 국내 미디어시장의 성장방안을 마련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부처가 힘을 합쳤으면 한다. 도대체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정인숙 가천대 교수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규제기관별로 조직문화 자체가 다르고 정책담당자가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수평규제도 안되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구분도 안되는데 이런 정책 시발점 논의를 보면 한국은 수직적 규제체계를 버리려는 의지가 없는 국가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플랫폼 하나 더 만들자는 건 수직규제다. 우리가 지켜야 할 영역은 공영방송영역이고, 민간영역은 경쟁 활성화인데 어디서부터 구획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우리의 미디어 규제체계는 경쟁·공정 정책에서 전부 딜레마 상황이다. 경쟁활성화를 하려고 보면 누군가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구획정리가 먼저 되어야 세부적으로 들어가 OTT 정책, 유료방송 정책, 공영섹터 정책 등이 정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뉴미디어 등장 시기 유료방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의 실패를 지적하며 균형적인 규제 틀 안에서 OTT산업과 레거시미디어의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수석위원은 "역대 정부 미디어정책을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통신중심의 정책으로 IPTV 결합상품을 무수히 허용했다. 그 결과 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되었고 방송상품은 통신상품의 부산물처럼 전락하는 문제를 야기했다"며 "그래서 IPTV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로 다가갔느냐 하면 콘텐츠는 기존 유료방송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고 짚었다.

안 수석위원은 "케이블TV는 1500만 가입자에 안주해 스스로 자멸의 길로 빠졌다. 케이블은 지역성을 발판으로 출범했는데, 5개 MSO 중 이미 2개는 IPTV 통신사업자에 넘어갔고, 3개 MSO는 팔려고만 한다"며 "5년쯤되면 자연스럽게 IPTV 가입자로 일원화될 것이다. 케이블이 사라지도록 하면서 IPTV중심으로 OTT를 활성화하는 전략일텐데, 지역성을 활성화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유료방송 활성화라는 큰 틀의 얘기에서 상당한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홍종윤 서울대 BK21사업단 교수

이어 안 수석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너무 OTT 얘기만 했다"며 지난 6월 정부부처 합동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안의 핵심은 국내 OTT 활성화와 해외 OTT 역차별 극복인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안 수석위원은 "세제혜택을 주게 돼 있는데, 국내 투자를 많이 하는 넷플릭스 중심으로 세제혜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자율등급제를 하게 돼 있는데, 국내 사업자는 자율등급제를 하면 스스로 규제를 많이 하지만 넷플릭스에 등재되는 콘텐츠들에 자율로 했을 경우 우리문화와 해외문화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오히려 국내 콘텐츠가 역차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디지털미디어생태계발전방안 중에는 1인 미디어 육성안이 담겨 있다. 발표 당시 방송업계에서는 정부가 지원해 유튜브를 키워주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 수석위원은 "따라서 OTT를 활성화하고 자율규제를 한다 해도 기본적인 틀은 갖추는 게 맞다. 균형을 맞추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국내기업 콘텐츠들이 역차별당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가 되는 최소한의 규제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안 수석위원은 "자나깨나 OTT 얘기하는데 더 중요한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과 거기에 따르는 여러 파생상품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중요한 명제를 잊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미디어시장에서의 OTT활성화와 레거시미디어, 지상파·PP 활성화가 병행되어야 한류확산, 글로벌 미디어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해 미디어분야에서는 OTT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혁신을 위해서는 레거시미디어 또한 중요하다"며 "넷플릭스 중심으로 K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는 중이다. 레거시는 중요한 콘텐츠 생성원이기 때문에 OTT가 대세라 이전의 규제를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지켜보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변화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