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제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플랫폼 노동자가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특별법의 취지와 상반되는 부작용을 낳을 여지는 없는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도 특별법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유는 한겨레와 전혀 다르다. 한국경제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플랫폼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는 4대 보험은 물론 산업재해 보험을 적용받기 힘들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플랫폼 기업에 종사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별법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단체 결성권'을 부여하고 사측과 보수 지급 협의를 가능케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고 산재보험 가입범위를 플랫폼 노동자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양대노총은 “특별법은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1일 기자회견에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차별적인 특별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18일 성명에서 “정부 대책은 본질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별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경향신문 등은 22일 특별법 비판 사설을 썼다. 한겨레는 <노동환경 변화 못 따라가는 ‘플랫폼 노동자법’> 사설에서 “법의 취지와 상반되는 부작용을 낳을 여지는 없는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플랫폼 노동의 형태가 다양하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용역을 제공하려는 이들이 있다 보니 일률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정부 대책이 플랫폼 노동자가 보편적인 노동권을 적용받는 데 외려 걸림돌이 될 거라는 비판이 노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정식 노동조합이 아닌 퇴직공제조합이나 변형된 권익단체만 결성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플랫폼을 ‘직업소개소’ 기준으로 규율하겠다는 내용 등은 사용에 따르는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기업 쪽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급성장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플랫폼 노동자의 77%는 정보기술이나 창작과 무관한 ‘지역 기반형’ 노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환경 변화를 직시하고, 더욱 본질적인 노동기본권 보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노동환경 변화 못 따라가는 ‘플랫폼 노동자법’> 사설, 경향신문 <노동법 아닌 별도 입법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한다는 정부> 사설

경향신문은 <노동법 아닌 별도 입법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한다는 정부> 사설에서 “정부 대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동법 대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적용할 경우 노동자들이 이익단체를 결성해 기업과 협의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과 벌이는 노사협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플랫폼 노동자 이익단체에는) 파업 등 단체행동권이 없고, 업체가 협의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는 플랫폼 기업을 플랫폼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한 독일·프랑스·미국의 최근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자들을 노동법 바깥에 장기간 묶어두는 족쇄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플랫폼 노동의 진화로 노동자와 개인 사업자의 경계는 날로 흐려지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기업에 실질적으로 종속돼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은 현실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플랫폼노동자에게 노동 관계법을 적용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별도 입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특별법을 두고 “플랫폼 산업 생태계 발전에 장애가 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명분 앞세운 과잉규제 안 된다> 사설에서 “경기 위축과 코로나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와중에 플랫폼산업은 민간에서 그나마 많은 고용을 창출한 몇 안 되는 산업”이라며 “‘노동약자 보호’라는 명분만 앞세워 이런저런 규제를 하다가는 일자리 창출이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명분 앞세운 과잉규제 안 된다> 사설

한국경제는 “산업안전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새로운 법 제정보다는 기존 노동 관계법 내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특성과 사례에 따라 법을 유연하게 해석·적용하는 것이 해법이다. 다만 플랫폼 종사자를 일반 근로자처럼 전면적인 노동법 적용 대상으로 보자는 양대 노총의 주장은 곤란하다”고 썼다.

한국경제는 “현 정부 들어 취해진 소위 ‘약자를 위한 대책’이 결국 약자를 울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 자칫 관련 산업도 죽이고, 종사자 소비자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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