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와 밀레니얼 셀럽 대표 조승연 씨가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11월 24일 시작된 [tvN Shift]는 1부 ‘재난의 불평등’, 2부 ‘2030 부의 미래’에 이어 금요일로 시간대를 옮겨 ‘트렌드 로드’ 2부작을 방영한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시대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가가 초점이다.

운동화도 투자가 된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1부 ‘Inside Corona’ 편

2017년 20만 원이던 운동화가 800만 원이 됐다. 사서 신고 닳으면 버리던 소모품인 줄 알았던 운동화로 투자를 한다. 바로 오세건 씨다. 그는 한정판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리셀(resell) 제품,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희소성 있는 한정판 제품을 뜻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운동화이다. 운동화가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생소하게 들리지만, 소더비 경매에서 사인된 운동화가 5억에 팔리고 오리지널제품이 수천만 원에 거래가 되는 세상이다. 스니커즈 리셀 거래 규모는 2025년 6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단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마이클 미첼은 현재 스니커즈 리셀 관련 채널을 운영 중이다. 대학 때 중고운동화 거래를 시작으로 그 해에만 115,000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트래비스 스콧 등 랩퍼들과 협업한 제품들은 10배나 가격이 상승했다. 그중 인기 있는 제품은 한 켤레에 5000달러를 호가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취미 생활로는 물론, 투자가 될만한 일에 관심을 더 기울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투자가 거의 10배나 증가했다. 운동화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돈이 될까 싶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N차 신상이 그 대상이다. 여러 번 거래가 되더라도 신상과 같은 제품이 돈이 되자, 이제 짝퉁 대신 구하기 어려운 진품을 사는 투자에 젊은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1부 ‘Inside Corona’ 편

운동화뿐일까.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의 저자 윤보형 변호사는 예술품 투자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투자를 했던 건 아니다. 퇴근하고 조용히 자신의 머릿속을 정화시켜 주는 장소로 미술관을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그림에서 자신을 찾았다. 자신을 위로해주거나 대변해주는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 그림을 적극적으로 감상하기 위해 소장했다. 그런데 그 '소장'이 돈이 되었다.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내가 소유하고 사용하는데 가격까지 오른다는 점에서 그림은 부동산과 같은 속성을 지닌 ‘투자 상품’이다.

'아트 테크'가 신조어로 등장했다. 취미도 되고, 돈도 되는 이색 재테크이다. 아트 컬렉팅의 분야는 광범위하다. 원화 그림만이 아니라 판화, 각종 아트 상품, 아트 토이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소더비 경매에서 아트 담요도 대상이 되었다. 투자의 대상이 다양한 만큼 컬렉터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가치에 민감하다. 소비가 경제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세대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는 소비하는 삶에 거부감이 없다. 희소성이 있거나 자산 가치가 있다 하면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에 거침이 없다고 김난도 교수는 설명을 더한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자본주의적 삶은 ‘파이어 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자본주의의 굴레로부터 빨리 벗어나겠다는 '파이어 운동'은 모순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젊은이들의 투자 심리와 맥을 같이 한다.

자본주의로부터 '독립'하자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1부 ‘Inside Corona’ 편

그래서 2019년 '파이어 운동'에 앞장섰던 잭 시티를 1년 만에 다시 찾는다.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30대가 되면 은퇴하겠다던 그의 목표는 이루어졌을까? 다시 만난 그는 코로나라는 변수로 인해 은퇴가 약간 미뤄져 30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그를 위축시키지는 않았다. 외려 코로나 이후 휴대폰 앱을 통한 식료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 지난 1년간 4억 4천만 원가량을 벌었다고 한다. 25달러를 버는 데 1시간가량이 걸린다는 그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해주는 일로 분주하다.

이렇게 잭과 같은 일을 알선해주는 플랫폼 노동이 미국에서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 돈을 벌면 되는 사람들이 이 플랫폼의 주된 노동자다.

이러한 노동의 형태는 21세기에 활성화되고 있는 '긱경제(gig economy)' 형태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인 '인스타카트'의 영향력이 48%에 달한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기회라는 측면도 있지만 '착취의 새 기술적 방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 역시 새로운 트렌드이다. n잡러, 프리랜서, 잦은 이직은 이제 낯설지 않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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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군의 인디펜던트 워커들은 그러한 선택이 바로 부모님의 삶에서 비롯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자라면서 IMF를 겪으며 부모님이 ‘평생직장’에서 버림받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의탁하는 평생직장 대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자신을 표현해내는 인디펜던트 워커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08년 금융 위기가 프리랜서의 기점이 되었다. 기업이 망하고 거기서 풀려나온 인력들, 그 즈음에 활발하게 대두된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파트타임 인력들이 프리랜서 직업군의 서막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리랜서들의 증가는 코로나가 가속시켰다. 코로나 이후 41%나 늘어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우리 사회의 메가트렌드의 변화를 직업군이 반영하고 있는 현실이라 짚는다. 지식과 사회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소속된 '직'이 의미를 상실하고 '업'이 중요시되는 세상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규직의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 실업의 징후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플랫폼 경제로의 변화는 결국 '공정한 환경'이 관건이다. ‘직장’이 없는 게 ‘직업’이 없는 걸로 치부되는 게 아쉽다는 인디펜던트 워커들. 이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자신들을 바라봐주기를 소망한다.

코로나 이후의 트렌드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트렌드 로드 1부 ‘Inside Corona’ 편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줌' 화상 회의를 일상화시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줌 피로증’이 대두되고 있다. 2차원의 규격화된 화면을 통해 상대의 '감정단서'를 헤아려야 하는 피로감의 호소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줌의 한계에 새로운 산업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바로 미국 뉴욕의 휴먼터치 대표인 이진하 씨다. 스*이얼이라는 제품으로 알려진 그의 제품은 바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것으로 원격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화상 회의 서비스다. 즉 아바타로 서로가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촉감을 느끼며 악수도 하고, 입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가 외려 사람의 존재감에 대한 절실함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트렌디한 산업에 호응한 케이스다. 인간의 온기와 존재를 느끼게 하는 이 기술은 코로나 이후 10배나 매출이 증가하며 온택트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온택트한 산업만이 아니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을 낳았다.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는 반성이 소비 트렌드로 이어졌다. 그러기에 코로나 이후 건강과 동물윤리, 생태계 보호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비건은 독일을 중심으로 주류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이른바 '비거노믹스'는 산업으로 경쟁력을 제고시켜 보다 더 대중적이고 값싼 제품으로 문턱을 낮추는 한편, 기후위기‧인구증가‧질병 등에 대한 대안으로 코로나 이후 주목받고 있다.

패션도 그러한 '비거노믹스'에 빠르게 발 맞추고 있는 중이다. 지미유, 예능에서 유재석이 입은 시그니처 셔츠는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음은 물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재료를 쓰는 비건 패션의 선두주자 양윤아 씨의 작품이다. 이런 양윤아 씨의 작품은 연예인 등 셀럽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내가 무엇을 쓰고 입는지가 곧 나를 말해준다'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화답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 활동은 줄었지만, 코로나는 세상을 바쁘게 변화시키고 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각자도생'의 삶이 대두되고 있는 한편, 미래에 대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 빠른 변화를 낳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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