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불복해 ‘정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이 ‘정부가 검찰의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판사 사찰, 채널A 수사 방해 등 징계 이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징계 이유를 살펴보면 과하지 않은 수위”라며 윤 총장이 징계 절차에 대한 항변 대신 사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16일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검찰총장 징계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징계 사유는 크게 판사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이다. 징계위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회동에 대해 “공정성 훼손 우려는 인정한다”면서도 만남의 목적·경위·대화 내용 등이 밝혀지지 않아 ‘불문’ 처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징계위는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와 관련해 “불과 몇 년 전 모습과는 정반대로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던 당시 상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 사건을 스스로 회피해야 했지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고집했으며 채널A 사건이 밝혀진 이후 한 검사와 110회 통신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정부가 정권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을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징계 사유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윤 징계, 재량권 없어 결재만 한다’ 또 뒤로 숨은 문>에서 “대통령이 뒤로 숨어 본인의 책임을 피하려고만 한다”며 “추미애 장관과 여권은 그동안 윤 총장을 쳐내기 위해 별별 무리한 일을 다 했다. 막후에서 이를 조정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는 걸 모를 국민은 거의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총장은 곧바로 정직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며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한다면) 문 대통령이 부당한 징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예상해 ‘나는 재량권이 없어 결재만 한다'고 하는 모양”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공은 또 법원으로 넘어갔다”며 “윤 총장 징계 소동의 본질은 문 대통령이 자신과 정권의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 <‘윤 징계, 재량권 없어 결재만 한다’ 또 뒤로 숨은 문>, 중앙일보 사설 <검찰, 흔들림 없이 권력 비리 수사 계속해야>

사주 문제가 걸려있는 중앙일보는 이번 징계를 두고 “검찰 무력화 시나리오가 단계마다 적중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검찰, 흔들림 없이 권력 비리 수사 계속해야>에서 “징계위를 앞두고 정직이 나오리란 예상이 일찌감치 흘러나왔다”며 “외부 인사인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징계위 결정이 달라질지 주목됐지만, 회의 결과는 ‘형식은 정직, 효과는 해임’이라는 각본 그대로였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각본 후반부는) 윤 총장 부재를 틈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라임·옵티머스 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질질 끌다가 내년 초 서둘러 공수처를 출범시켜 해당 사건들을 넘긴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은 모조리 덮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횡을 막으려면 검찰이 필사의 각오로 권력 비리 수사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법치 파괴 앞에 선 법원, 윤 소송 신속하게 결론 내야> 사설에서 “입법부마저 거대 여당이 일방 독주를 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치 파괴 사태를 바로잡을 곳은 이제 사법부밖에 없다. 법원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민주화 이후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축적돼온 우리 민주주의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사설 <‘윤 총장 징계 의결서’ 보니, “정직 과하다”는 주장 근거 없다>

반면 한겨레는 징계 사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정직 징계가 과하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윤 총장 징계 의결서’ 보니, “정직 과하다”는 주장 근거 없다>에서 “(법관 사찰, 채널A 수사 방해 등) 사실들이 엄중한 징계 사유가 안 된다면 검찰총장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직위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징계위는 법관 사찰 의혹 문건이 재판에 끼칠 악영향을 지적했다”며 “검찰총장이 이런 문건의 작성·배포를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일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압수수색이 가능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중단시켜 사건 관련자들에게 증거 인멸 기회를 주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 쪽은 징계 절차에 관한 항변을 주로 내놓았다”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본다면 이제 징계 사유가 된 행위의 사실관계와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안의 사회적 파장을 생각한다면 개인 차원의 소송에만 매달릴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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