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조두순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조두순의 잔혹성과 반사회적 성격, 신체 능력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은 성폭력의 구조적인 측면을 가린다는 점에서 문제다.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에서 8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징역 12년 형을 끝내고 12일 출소한다. 법무부는 조두순을 전자감독 대상자로 지정해 1 대 1 밀착 감시할 예정이며 관할 경찰서, 안산시 모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총 동원해 조두순의 재범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언론은 조두순의 출소일을 세며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많은 매체들이 지난 5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조두순 돌아온다’ 편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을 골라 보도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조두순의 청송교도소 동기, 재소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두순의 이상 행동을 보도하고, 법무부의 교도소 내 교육과 사회 재발방지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고 짚었다.

조두순의 '이상행동'에 집중한 보도화면 갈무리

언론은 ‘조두순의 이상행동’에 주목했다. YTN <“조두순, 전파에 성적 욕구 느낀다고 해” 교도소 동기 증언>, 중앙일보 <“조두순, CCTV 전파탓하며 음란행위 등 이상행동”...12일 출소>, 국민일보 <“조두순 정체 들통나자 두들겨 맞아” 재소자들 증언>, 이데일리 <조두순, 교도소서 CCTV 전파 때문에 음란 행위>, 뉴시스 <‘출소 앞둔’ 조두순, 교도소 CCTV전파로 음란행위>, 쿠키뉴스 <조두순, CCTV 전파 탓하며 음란 행동“ 동료 재소자의 증언>, 아시아경제 <조두순, ”CCTV 전파로부터 성적 욕구 느낀다“...교도소서 음란행위>, 여성경제신문 <조두순, 수감 중에도 음란 행위? 출소일 코앞인데...누리꾼들 경악>, 인사이트 <출소 일주일 남은 조두순, ”고도소서 자위하다 걸렸다“>, 한국경제TV <”조두순, 보복 대비해 체력 키워...전자파에 성적 반응“> 등이다.

또한 이데일리 <조두순, 반려견 눈 찔러 죽여...‘끔찍한 동물 학대’>, 서울신문 <”반려견 던져 죽였다“ 반려견 학대 스스로 인정한 조두순>, 머니투데이 <반려견 눈찔러 죽이고 성욕 과잉, 감옥서 자위...조두순 이상행동>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인용한 조두순 이상행동 보도는 8일까지 80개가 넘는다.

독자의 클릭수를 유발하기 위해 기사 내용과 달리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뉴스1의 <”전자파에도 성욕“...혈기왕성 조두순, 12일 오전 교도소 밖으로> 기사는 출소 이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제목은 기사 하단부에 한 문단으로 언급된 조두순의 이상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정부의 대비책을 점검하는 보도도 있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해당 성범죄자에 대한 엄정 관리로 비상 상황을 빈틈없이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인용하거나, 피해 아동의 상담을 담당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시스템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또한 ‘제2의 조두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전자장치 부착뿐 아니라 외출·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스포트라이트>는 조두순이 12년 동안 왜 교화되지 못했는지, 출소 이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정비돼야 하는지를 포함해 보도했다면, 인터넷 언론사는 조두순이 가진 잠재적 범죄의식과 선정적인 부분만 골라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클릭장사’라고 비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이러한 보도가 반복적으로 나오면 독자들은 ‘사회 시스템이 무능하다’, ‘아무 소용이 없구나’라며 불안감만 증폭되고 조두순 한 개인만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다”며 “잔혹한 성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개인만 바뀌는 걸로는 불가능하다. 해당 기사들은 이러한 맥락을 전혀 짚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두순의 잔혹성을 강조하는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라며 언론이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과거에는 대안으로 언론사, 기자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안을 논의할 때”라며 “언론진흥재단 등 언론사에 지원금을 줄 수 있는 곳에서 ‘젠더+저널리즘’ 언론 모니터를 통한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 싶다. 해당 언론사가 몇 번 지적 받았는지에 따라 감점하고 좋은 기사에는 인센티브를 준다면 언론도 바뀌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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