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첼시 1위는 하루 천하로 끝났다. 토트넘이 런던 라이벌인 아스날을 2-0으로 꺾고 다시 1위로 올라섰으니 말이다. 아직 리그 경기가 많아 1위가 큰 의미는 없지만,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트넘의 올 시즌 기록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진다.

라이벌과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다른 팀에 아무리 승리를 해도, 지는 순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만큼 선수나 감독들에게 라이벌전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런던 라이벌인 토트넘은 아스날을 홈으로 불러, 올 시즌 최고의 호흡을 보이는 손흥민과 케인을 통해 그들을 완파했다.

아스날은 분명 이길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력 부족은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만들었다. 기회가 있어도 마무리가 없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아스날은 토트넘과 경기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을 펼쳤다.

질주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골 점유율은 아스날이 높았지만 경기 결과는 토트넘의 2-0 승리다. 항상 골 점유율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있으면 골을 넣을 기회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분명 점유율 축구가 승리에 보다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트넘처럼 확실한 공격수가 있을 경우 이런 점유율 축구에 변수가 생기게 된다. 역습 한 번으로도 상대를 무너트릴 수 있음을 손흥민과 케인은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두 번의 골 모두 역습 상황에서 나왔고, 아스날 수비수들을 농락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아르테타는 알면서 당했다. 한때 함께 전략을 짰던 맨시티가 손흥민에 무참히 농락당했듯, 이번에도 손흥민에게 아스날은 무너졌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은 케인은 왼쪽 측면에서 치고 올라가는 손흥민을 봤다. 그리고 패스한 공은 하프라인에서 그대로 골대를 향해 갔다. 아스날 수비수 네 명이 포진한 상황이었다. 공격수들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스날 수비수들은 방어를 완성했다.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손흥민의 슈팅 [AP=연합뉴스]

손흥민에게 이런 아스날 수비수들의 방어는 무의미했다. 첼시 전에서 무리뉴 감독이 전략적으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치르며 공격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손흥민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상대 수비수들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치고 올라가던 손흥민은 제법 먼 거리에서 오른발로 감아찼다. 분명 손흥민 존이라고 불리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좀 더 앞으로 전진해야만 했다. 하지만 골감각이 좋은 손흥민에게 거리는 무의미했다.

슛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아스날 수비수들과 달리, 손흥민은 툭 치고 들어가 오른발로 감아 차 레노가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오른쪽 골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골이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전반 마지막 순간에도 빛났다. 아스날의 역습이 어설프게 끝나자마자 토트넘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로 셀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던 베르바인과 왼쪽에 있는 손흥민이었다.

두 번씩 날갯짓 한 케인과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역습 상황에서 중앙에서 공을 몰고 들어오던 로 셀소의 선택은 너무 당연했다. 아스날 수비들도 준비하고 있는 손흥민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오른쪽으로 약간 공을 드리블하며 아스날 수비수 둘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 틈을 노리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케인에게 환상적인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은 슛을 했고, 강하게 골대를 맞은 공은 골로 연결되었다. 두 개의 골 모두가 아름다웠다. 올 시즌 최고의 호흡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과 케인 조합이 ‘완성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라이벌 전에서 잘 보여주었다.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케인을 월드 클래스라 인정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였다. 두 선수의 합작골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램파드-드록바의 36골에 다섯 골 차이인 31로 나아가게 되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올 시즌 안에 이들의 기록은 손흥민-케인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두 선수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현역 선수가 대기록을 깨는 멋진 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워낙 호흡이 좋은 손흥민과 케인이라면 올 시즌 안에 40골 합작도 기대해볼 만하다.

골 세리머니 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올 시즌 영입된 호이비에르가 중원과 수비라인을 다잡으며 중심을 잡고, 역습에 능한 월드 클래스 공격수 둘을 가진 토트넘의 힘은 막강했다. 마법과 같은 무리뉴의 집권 2기는 그렇게 가시적으로 토트넘이 첫 트로피를 가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5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미 EPL의 전설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만약 토트넘과 재계약을 하게 되면 손흥민은 영원한 토트넘의 전설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13골 중 리그 경기에서만 10골을 넣은 손흥민. 그가 올 시즌 20골 이상을 넣으며 득점왕에도 오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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