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의 친족 성폭력 관련 보도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NS에서는 ‘SBS 보도국은 당장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인터뷰에 나선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SBS는 지난달 27일 <8뉴스>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을 조명하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하는 보도를 방송했다. 보도 제목은 <침묵 강요하고 '쉬쉬'…눈물 닦아줄 곳조차 없다>이다. 인터넷판 기사 제목은 달랐다. <초6 때 겪은 임신 중절...상상을 넘은 아빠의 성폭력>이었다.

11월 27일 다음 카카오 뉴스 랭킹에 올라온 SBS 뉴스 제목은 <초 6때 겪은 임신 중절...상상을 넘은 아빠의 성폭력>이었다.

해당 기사 제목은 현재 수정된 상태로 인터넷 기록만 남아있다. SBS 보도를 받아 쓴 인사이트의 기사 제목은 <아버지한테 초6부터 9년간 성폭행당해 임신중절까지 한 딸은 수능 전날에도 학대당했다>로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자는 1일 페이스북에 SBS의 인터넷판 기사 제목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SBS 인터넷판 기사 제목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며 “선정적인 제목으로 장사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 아래에는 3000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다음 카카오에 실시간 1위 기사로 올라갔다.

권김현영은 “이 기사는 다음날(11월 28일) 방영 예정이었던 SBS 시사보도 프로그램 <뉴스토리> 309회에 친족 성폭력 피해자 4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해서 만든 기사”로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기사에 이런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BS 보도국 친족 성폭력 보도 방식은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건 공소시효 폐지 공론화를 위해 인터뷰에 나선 이들에게 다시 피해를 당한 그때로 돌아 서있게 한다”며 “성폭력보도가이드라인을 안 지킨 정도가 아니라 피해자를 인터뷰해놓고 그것으로 장사하려고 했다는 데 가장 분노한다”고 밝혔다.

SBS <8뉴스>가 11월 27일 보도한 <침묵 강요하고 쉬쉬 눈물 닦아줄 곳 조차 없다> 보도 화면

김오매(활동명)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지난해 12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친족 성폭력 편을 지적하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했다. 김 부소장은 “친족 성폭력을 ‘보기 거북할 수 있는 문제’라고 표현했고 실제 방송에서 친족 성폭력은 내내 끔찍한 일로 묘사됐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사례에 대해 제작팀이 현장취재를 강행해 너무 놀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항의와 간절한 기대를 반복해야 했다. 결국 방송 나가고 그알 해당 편에 대해 항의 기자회견과 액션이 열렸었다”고 전했다.

김 부소장은 “SBS ‘뉴스토리’ 취재에 응한 친족 성폭력 생존자 분은 금요일 저녁 8시 뉴스에 별도 보도가 나간다는 것을 당일 통보받으신 것으로 안다”며 “이날 최악의 제목으로 인터넷 기사가 올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판 편집팀의 제목 달기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자가 제일 충격적인 질문으로 꼽은 ‘임신중단 경험’이 인터넷판 제목이 된 점을 보면 해당 언론사 보도 태도와 과정 전체를 질문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 부소장은 “‘세상에 이런 일’로 친족 성폭력을 ‘원점화’, ‘초기화’, ‘소재화’하려는 행태에 분노한다”며 “계속 ‘어떻게 그런 일이’로 충격 선상에 가두는 것은 해당 언론 스스로의 한계”라고 짚었다. 이어 SBS 보도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김 부소장은 친족 성폭력 관련 취재를 요청할 때 어떤 질문 속에서 무슨 문제를 알리는 게 좋을지 발제 내용을 공유해 줄 것과 제목과 문구를 어떻게 뽑을지 사전에 상의해 알려달라고 취재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SBS 보도국은 2일 기사 수정 경위에 대해 “8뉴스 이후 뉴미디어 뉴스화 과정에서 뉴미디어뉴스 담당자에 의해 제목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표기된 바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당사자께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문제제기를 해주셨고 기자는 바로 뉴미디어 제목 수정을 요구해 원래 8뉴스 방송 당시의 제목으로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SBS는 이 문제와 관련한 비판과 지적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뉴미디어 제목 수정시 3명의 데스크가 크로스체크를 하는 등 게이트키핑을 한층 더 강화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도국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로부터 “여전히 우리들의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이 마음에 딱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조금씩 바뀌어가리라고 생각한다. 잘 전달해보려고 애써주신 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받았다며 “이런 말씀을 주시기까지 겪으셨던 마음의 상처에 거듭 사과드린다.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신경쓰도록 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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