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독자 이민우씨의 MBC 다큐멘터리 <갠지스>에 대한 ‘감상평’입니다. 미디어스 독자게시판에 올린 글을 이민우씨의 동의를 얻어 ‘독자비평’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주>

MBC가 1년여의 기획과 8개월간의 현지 취재를 통해 제작한 HD다큐멘터리 3부작 <갠지스>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드디어 3월 14일 선을 보였다. MBC 제작팀은 방송 전 보도자료를 통해 “만능 MC 김용만이 다큐멘터리 내레이터로 나서 아나운서와 성우의 뺨을 친다”라고 하는 등의 문구로 김용만이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쉬운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며 친근한 목소리를 찾아 개그맨 김용만을 기용했다고 이 프로그램의 이우환 PD는 말했다. 그러나 오늘 방송된 내용을 본 나의 감상은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무슨 말이지?” 하는 기억이외에는 보도자료에서 이야기한 “쉬운 다큐멘터리”와 “친근한 느낌”은 경험하지 못했다.

▲ MBC 특집기획 '갠지스'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오히려 김용만의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말끝을 흐리며 맺는 말버릇이 귀에 거슬렸다. 또 시나리오 문장이 매우 짧은 탓인지 기존 아나운서의 내레이션 기법을 따라하는 듯 한 느낌이 짙었다. 한마디로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김용만의 내레이션 볼륨이 화면의 배경음향보다 작아서 오히려 내레이션이 묻혀버린 인상이 너무도 짙었다.

그리고 보도자료에서 이 프로그램 시나리오가 “묘사에 집중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이라고 했는데 이 방식은 보통의 다큐멘터리 시나리오 구성방식이다. 결코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인데 이를 특별한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것은 시청자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구성의 특성을 이야기 한다면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이 1인칭 관찰자 시첨이 명확한 시나리오 구성일 경우에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또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내용이 전환되면서 내레이션의 톤이 갑자기 변화(높아지는)되는 현상이었다. 물론 베테랑인 보통의 성우와 아나운서의 경우는 끊임없이 오래도록 이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톤을 유지하겠지만 김용만의 경우는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끊었다가 다시 이어간 흔적을 보이는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 갠지스 내래이션을 맡은 개그맨 김용만씨 ⓒMBC
어쨌든 최근 급격한 이슈처럼 유행하는 연예인들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의 문제점은 프로그램이 가지는 성격과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저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홍보하려는 짧은 생각으로 기용되는 이 같은 현상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경계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다큐멘터리는 화려한 영상이나 멋진 편집 혹은 유명 연예인의 어울리지 않는 내레이션 보다 그 프로그램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과 가치 그리고 제작자들의 정성과 혼이 담긴 소중한 이야기 일 것이다.

연예인 내레이션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신문지상에서 “인기연예인들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도전”에 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전까지 전문 성우나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일반 연예인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만은 아니다. 이전부터 가수 유열, 이문세, 배철수, 탤런트 최불암씨 등이 다양한 작품에서 내레이션을 맡아 신선한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아! 신선하네~~~” 혹은 “똑같은 목소리보다 새롭다!” 등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의 경향을 보면 방송 이전에 보도되는 뉴스의 내용을 통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연예인의 소식을 전하면서 홍보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연예인을 내레이터로 기용하면서 프로그램의 내용과 가치보다는 오히려 내레이션을 담당한 연예인에 초점을 맞춘 방송 프로그램 홍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방송은 내용과 그것이 가지는 본래의 목적이 잘 드러나야 하고 그것을 인지한 시청자가 시간을 기다려 시청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최근의 이 같은 연예인을 앞세운 다큐멘터리 홍보는 이쯤에서 재고되어야 할 사항인 듯하다.

최근의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 예로 지난 2월 20일 방송된 KBS 수요기획 '금메달을 향해 뛰어라-대륙의 올림픽 꿈나무들'에서 내레이션을 담당했던 영화배우 김정은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간 한 번도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담당해 보지 않은 김정은씨가 발탁(?)된 사연은 당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의 주인공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프로그램과 연관시켜 영화의 인기를 이용해 수요기획 프로그램의 홍보에도 이용해 보고자 하는 지극히 의도적인 제작진들의 짧은 생각이 안타깝기만 하다.

방송은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성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가치에 있으며 제작자는 그것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다큐멘터리 홍보형식의 한 형태가 되어 버린 듯한 “연예인 성우기용”이라는 측면은 다큐멘터리를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으로 오인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에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앞으로 더욱 신중한 내레이터의 기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 연예인들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담당 사례

KBS 1TV : 600년의 비전(秘傳) 국새(國璽) - 탤런트 김영철
KBS 1TV : 6부작 차마고도(茶馬古道) - 탤런트 최불암
MBC : 창사특집 HD다큐 3부작 갠지스 - 개그맨 김용만
MBC : 창사특집 HD 자연 다큐멘터리 ‘탕가니카의 침팬지들’ - 탤런트 유준상
SBS : SBS스페셜 '용서...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 - 영화배우 김혜수
MBC : MBC스페셜 :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탤런트 노주현
EBS 자연다큐멘터리 : 흙 - 탤런트 최불암
KBS 1TV : '수요기획' '금메달을 향해 뛰어라-대륙의 올림픽 꿈나무들' - 영화배우 김정은
SBS 희망다큐 '무지개' - 최수종, 박수홍, 정은아, 최화정, 유열 (목소리 기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