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최선욱 칼럼] 지난 11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64차 전체회의를 열고 MBN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였다. MBN은 심사평가 총점 1,000점 중 640.5점을 얻어 승인기준이 되는 650점에 미달했다. 이번 MBN의 재승인 여부는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10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MBN이 2011년 최초승인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하여 종합편성 채널의 승인을 받았고, 2014년 및 2017년 재승인 시에도 허위 주주명부 및 재무제표 등을 제출한 위법행위를 인정하여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두 번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을 종합하면 MBN은 초기허가도 위법하게 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허위자료를 제출했으며, 2017년과 올해는 승인기준에 미달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17개의 조건을 붙여 3년간의 승인을 했다는 것이다.

27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는 MBN, JTBC에 대해 각각 3년, 5년 유효기간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연합뉴스)

지난 10월 몇몇 동료들이 MBN의 위법사항을 놓고 “방통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 같냐?”는 질문에 내 견해는 “취소는 못 할 거다”였다. 합의제 위원회의 구성상 집단결정의 약점이 드러날 거라는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는 흔히 ‘바보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 같은 지혜가 나온다’라는 속담처럼 집단의 지혜가 모이면 더 나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집단 의사결정 때마다 보수 이행(conservative shift)의 경향을 보여왔다. 여야의 대립되는 의견을 모두 고려하다보니 가장 보수적이고 방통위원들에게 가장 안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결국 법의 원칙이나 규제의 엄정함보다는 고려해야 할 여러 상황들을 더 확대해서 보고 이 정도면 됐다는 식인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5기 방통위의 구성 시부터 예견된 것일 수 있다. 5명의 위원 중 과반이 넘는 3명이 정치인 출신인 방통위는 2008년 출범 당시 모델로 삼았던 미국 FCC나 영국 OFCOM의 위원 구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FCC는 아짓 파이(Ajit Pai) 의장을 비롯해 5명의 위원이 모두 법률을 배경으로 입법, 법률고문, 커뮤니케이션 정책, 재무분석 등의 분야에 전문 영역을 가졌지만 정치인 출신은 없다.(https://www.fcc.gov/about/leadership)

OFCOM도 마찬가지여서 번즈 경(Lord Burns)을 포함하여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공공기관의 장, BBC 등 방송사 재직 후 정책분야의 경력자, 통신업계 최고 경영자, 규제 및 유럽 정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치인 경력을 가진 이사는 없다. (https://www.ofcom.org.uk/about-ofcom/how-ofcom-is-run/ofcom-board)

정치인 경력이 있다고 방통위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 방통위가 전형으로 삼았던 해외 규제기관들이 정치인 출신을 위원으로 들이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재승인 과정을 통해 너무 큰 것을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MBN이라는 한 재승인 대상 채널만을 본다면, 최적의 결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통위가 규제 대상으로 하는 방송사들은 이제 “우리가 MBN보다 더 나쁜 것이 뭐냐?”라는 한 가지 질문 뒤로 모두 숨을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 해당 칼럼은 개인 SNS에 게재된 것으로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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