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통칭합니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 가구와, 배우자의 죽음 또는 이혼으로 다시 1인 가구가 된 ‘돌아온 싱글’을 포괄하는 개념인데요, 요즘 이들 비혼이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제발 왜 ‘비혼’인지 묻지 마라”고 소리치는 단계를 넘어서 “우리에게도 ‘주거’의 권리를 달라”거나 “우리에게서 세제 혜택을 뺏지 말라”고 외칩니다. 이 소식을 한겨레21(701호)이 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빠른 한국의 비혼 가구 증가속도

많은 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비혼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르다고 합니다.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05년 현재 비혼 가구는 280만2636가구인데요, 1995년 144만3439가구인 것과 비교해보면 10년 동안 증가율이 59%에 달한다고 합니다.

▲ 한겨레21 2008년 3월18일자 (701호)
기러기 아빠, 주말 부부 등도 일부 포함된 1인 가구 통계를 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4.8%, 90년 9.0%, 2000년 15.5%, 2005년 20.2%로 늘었습니다. 현재 1인 가구 비율이 49%인 덴마크만 해도 1인 가구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 ‘독신화 사회’로의 이행 속도가 빠른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이 너무나 당연한 문화인 한국에서 비혼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적 대화에서부터 회사의 부조금, 금융기관의 대출까지 모든 사회의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결혼한) 가족을 기초로 맞춰져 있는 탓입니다. 그렇게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존재합니다. 직장에서 결혼적령기를 넘긴 30대 중반부터 비혼자는 결정적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 평균적 감수성이 부족한 인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승진 차별을 상징하는 ‘유리 천장’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혼도 비슷한 장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비혼자들이 뭉치고 있다고 하네요. 비혼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사적인 잡담의 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담론의 영역’에서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여성주의단체인 언니네트워크는 오는 3월19일 ‘저용량(2MB) 시대에 여성으로 버티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번 총선에서 어떤 ‘액션’을 취할지, 이명박 정부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합니다. 지난해 12월15일, 각 대선 후보들에게 비혼 차별과 관련한 입장과 의견, 해결책을 물었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취하는 ‘액션’입니다.

비혼은 삶의 또 다른 존재 방식임을 인정해야

오는 5월에는 제2회 비혼선포식도 열릴 예정입니다. 비혼을 선언함으로써 ‘결혼 제도’를 의심해보자는 그런 취지의 행사라고 합니다. 이들 비혼자들은 더 이상 ‘혼인하지 않음’은 스쳐지나가는 삶의 과정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존재의 방식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비혼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다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일 동안 해리 왕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인이었습니다. 지난 2월28일 영국 왕위 계승 3순위 왕족이자, 찰스 황태자의 둘째 아들인 해리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10주째 복무 중이라는 사실이 미국·독일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영국 지식인은 이번 사건을 냉정한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리 열풍에 전쟁의 이면이 가려졌다는 것인데요, 이 소식을 시사인(26호)이 전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진보 보수 언론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명분은 원래 알카에다 추적이었는데, 지금은 아편 매매를 막는다든지 카르자이 정권을 보호해주는 따위 일로 바뀌었다. 왜 해리 왕자가, 그리고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할 때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쟁터이지 극기훈련장이 아니다” “왕자 영웅 만들기 바람은 전쟁의 진짜 비용을 감춘다.”

한 마디로 해리 왕자에 대한 영웅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고, 미디어가 이 같은 의도에 말려들었다는 지적인데요, 영국 정부가 화보 광고용으로 촬영한 듯한 왕자의 군 복무 사진을 언론에 배포한 점, 전세계 미디어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왕자의 생생한 얼굴을 보도한 것 역시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해리 왕자 영웅이미지를 만들려는 영국 정부의 음모론?

▲ 시사인 2008년 3월15일(26호)
이번 엠바고는 영국 언론인협회(Society of Editors)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영국 언론이) 해리 왕자 소식을 감추기로 한 것은 오로지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 복무를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왜 왕자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미디어가 뉴스 편집의 원칙을 포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 이번 엠바고 유지에 합의한 영국언론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영국 일부 신문기자도 자국 언론인의 엠바고 합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 현실에 비춰보면, ‘해리 왕자 전쟁 영웅 만들기’ 바람에 대한 영국 정론지의 냉소는 먼나라 이야기라고 시사인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방부는 ‘영웅 만들기’를 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인데요, 참고로 이번에 장관으로 지명된 사람 14명의 자녀 중 20%는 외국 국적을 가졌습니다. 정부 고위층 자제가 이라크 자이툰 부대나 유엔평화유지군(PKO)에 자원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상아탑 교수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논쟁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교수출신 장관들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평가를 주간동아가 싣고 있습니다.

문민정부 이후로만 따져도 장관을 지낸 전현직 교수는 족히 100명은 된다고 합니다. 대학교수에서 곧바로 장관으로 수직 상승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관료-교수-관료’ 또는 ‘교수-관료-교수’의 길을 걸었던 인사도 상당수입니다.

‘폴리페서’에 대한 비난여론은 들끓고…정치권으로 가는 교수는 계속 늘고

정치권으로 달려가는 교수들을 통칭하는 이른바 ‘폴리페서’를 꼬집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그 수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예비장관, 예비수석이라는 꿈을 안고 지금도 정치권을 향해 ‘줄대기’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인재풀에 오른 교수들만 300명은 족히 넘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폴리페서들의 무기는 매스미디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스미디어에도 일정한 유행이 있는데, DJ 정부시절에는 ‘TV토론회 사회자’가 인기를 끌었고 참여 정부 때는 인터넷 진보매체 칼럼니스트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쇄매체 기고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이 조간신문을 탐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 신문사 오피니언팀에 칼럼을 싣고 싶다는 정치교수들의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그럼 역대 교수출신 장관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정치력에 한계를 드러난 경우도 있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단명한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많은 교수 출신 장관을 배출한 부처는 교육부입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총19명의 장관 가운데 무려 12명이 교수에서 장관으로 직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숫자가 많다보니 불명예를 안고 낙마한 교수 출신 장관의 경우도 교육부 출신이 가장 많았습니다. 8명의 낙마 장관 가운데 6명에 이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불명예 퇴진한 교수출신 장관 3명이 모두 교육부 장관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전반적인 평가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도권 다툼에서 전문관료 그룹에 패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한 정치권 인사는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론가들이고 어차피 추진력은 관료들이 제공해야 하는데 보수적 관료그룹이 사실상 이를 거부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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