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 선출이 끝나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후보의 엇갈린 희비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역학구도가 민주당 대권주자 누구에게 유리한 판이 형성되는지에 대해 모두가 관심있어 하는 분위기다.

▲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후보자들. 왼쪽부터 천정배, 박영선, 추미애, 신계륜 후보ⓒ연합뉴스

결정적 기회 잡은 박영선 의원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의원의 경우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박영선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2007년 소위 BBK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다양한 방면에 대해 전문가 못지않은 시각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자 출신인 만큼 언론 대응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언젠가는 민주당의 중요한 정치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에 결정적인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당내 계파 구도에서는 정동영 의원에 의해 발굴되었고 개인적 관계가 돈독한데다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기에 '정동영계'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전주 덕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둘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박영선 의원이 정동영 의원의 좌클릭 행보와 대북관에 비판적 코멘트를 하면서 사실상 결별하게 됐다.

이후 박영선 의원은 그간 인사청문회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표직이 2008년 부터 손학규, 정세균, 다시 손학규로 이어져 왔고 이들을 보좌하고 뒷받침했던 인사들이 친노, 386의 고리로 이어져 있으며 이들이 각기 손학규계, 정세균계, 박지원계로 넓게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이번 경선의 결과는 민주당내 주류의 건재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추미애 의원의 선전은 손학규 대표의 공작?

추미애 의원은 다소 의외의 선전을 했다. 추미애 의원의 경우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라가지 않아 구 민주계로 분류된다. 지난 2009년 말 국회 환노위원장 시절 독단적으로 '추미애 노조법'을 여당과 합의 통과시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당내의 조직적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와 직접투표로 진행된 이번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이 현장투표에서는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2위인 천정배 후보를 이겼는데 이것은 서울에서 추미애 의원이 상당한 정도의 대중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미애 노조법'으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추미애 의원이 대중적 정치인으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가장 큰 상처 입은 천정배 의원

반면에 이번 경선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천정배 의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천정배 의원은 원래 대권 도전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모양새가 아주 어색해졌다. 12월에 당대표에 출마하는 쪽으로 정리하는 게 좋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애초에 안산에서만 내리 4선을 한 사람이 서울시장 경선에 나온 것부터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정배 의원이 총대를 맨 것은 당내 비주류의 입장에서 이대로 밀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절박감에 나름의 승부를 건 것일 거다.

2007년 대선 이후 정동영계의 조직력은 늘 공포의 대상이 돼 왔다. 천정배 의원은 정동영계와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정동영계의 조직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가 화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2위를 했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조직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늘 같은 당내 비주류의 입장에서 사안별로 연대해왔던 구 민주계가 추미애 의원을 지지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두 후보가 얻은 지지를 합산해 보면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추미애 의원이 출마할 때 '손학규 대표 등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코멘트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다소 편협한 시각이지만 비주류의 표를 나누기 위해서 추미애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일종의 '공작'이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구색맞추기로 전락한 486의 맏형

공작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당내 비주류가 추미애 의원의 출마를 말리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신계륜 후보의 존재가 걸린다. 신계륜 후보는 천정배 의원의 경선 출마선언 직후 바로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딱히 뚜렷한 계파적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나 신계륜 후보가 '486의 맏형'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음을 감안하면 어느 계층의 지지를 기대했는지 예상이 된다. 경선 직후 신계륜 후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정치적으로 친한 486 정치인 몇몇이 주류에 핵심적으로 가담하여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런 맥락을 따져보면 '균형 맞추기'가 작동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계륜 후보의 존재는 일종의 구색맞추기로 전락한 것이다.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유불리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들이 이번 경선의 결과를 상처입은 정동영, 꽃놀이패 쥔 손학규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의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최종 스코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내 권력의 역학구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놈의 서울시장이 여러 사람을 잡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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