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가 방송 협찬의 정의와 허용범위 등을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시사프로그램 협찬 금지, 필수 협찬고지, 협찬 자료 보관 의무화 조항을 수정·삭제해야 한다”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또한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기관 협찬·협찬고지 조항 삭제를 주문했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해온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하면 협찬 관련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협찬 규정을 신설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방송법은 '협찬'이 아닌 '협찬고지'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협찬을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또는 공익적 성경의 행사·캠페인에 직접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하고 정당·정치적 이해단체, 시사·보도·논평·시사토론 방송프로그램 협찬을 금지했다. 아울러 정부는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 관련 효능 등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을 필수 협찬고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협찬 관련 자료를 5년 동안 의무보관하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밝힌 협찬고지 사례 (사진=방송통신위원회 협찬고지, 비상업적 공익광고 모니터링 세부기준)

수석전문위원은 17일 발표한 검토보고서에서 “광고매출액은 매년 급감하는 추세이나 협찬매출액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협찬이 방송사업자 등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허용범위와 준수사항 등을 방송법에 직접 규정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수석전문위원은 ‘정당, 정치적 이해단체의 협찬을 금지한다’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법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수석전문위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불확정한 개념”이라면서 “방송사업자나 외주제작사가 이 범주를 예측하기 어렵다. 관련 조항을 하위 법령으로 위임하는 등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수석전문위원은 시사프로그램 협찬 금지와 관련해 “시사는 사회문제나 현상을 다루는 경우까지 포괄하는데, 이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 협찬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필수 협찬고지’ 규정에 대해 수석전문위원은 “협찬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석전문위원은 “‘필수 협찬고지’ 규정은 뒷광고를 통해 시청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라면서도 “한국방송협회는 의무적 협찬고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협찬 위축 가능성을 우려한다.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수석전문위원은 “의무적 협찬고지의 대상을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효과나 효능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직접적으로’라는 단어를 추가해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수석전문위원은 방송사업자의 협찬 관련 자료 보관·제출 의무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수석전문위원은 “관계법령에서 자료 보관의 기간까지 정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방송사업자는 외주제작사가 받은 협찬 자료도 보관해야 한다. 이는 이행하기 어려운 의무”라고 밝혔다.

(사진=국회 사무처)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기관 협찬·협찬고지 관련 규정 삭제를 요구했다. 개정안 제75조 3항은 “방송사업자는 정부기관 등이 협찬에 대해 협찬고지를 요청하는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기관 협찬·협찬고지 대행 역할을 재확인한 조항이다. 한국방송협회 등 관련단체는 ‘언론재단이 방송사 노력으로 수주하는 정부기관 협찬·협찬고지 대행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직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협찬비 10%를 수수료로 거둬간다.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기관 협찬고지는 방송사 노력에 따라 수주가 결정되고 있어 언론재단에 수수료를 납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면서 “정부기관 협찬고지를 언론재단에 의뢰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또한 법제처는 법령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광고법에 대한 논란, 입법 실익 등을 고려했을 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기관 협찬·협찬고지에 대한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넣은 조항”이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거쳤다. 이 조항이 삭제된다면 정부광고에 대한 불명확한 상황이 재연되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과방위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검토보고서는 수석전문위원의 개인 의견으로 참고사항”이라면서 “양 기관의 협의 내용이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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