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가수 설리 씨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다루면서 전 연인 최자 씨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방송한 MBC 다큐플렉스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MBC 다큐플렉스는 9월 10일 방송에서 설리 씨 사망 이유에 대해 조명했다. MBC는 악성 댓글, 어머니와의 갈등, 여권신장 운동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대형기획사의 문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MBC <다큐플렉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

논란은 최자 씨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면서 촉발됐다. MBC는 설리 씨가 공개 연애 후 악성댓글 및 어뷰징 기사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최자 씨의 과거 발언, 음악 등을 소개했다. 또한 MBC는 “최자와의 연애를 반대했으며, 그 이후 설리와 관계가 단절됐다”는 설리 씨 어머니 인터뷰를 내보냈다. 방송 이후 최자 씨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이 일었고 MBC는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25일 회의에서 MBC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최자 씨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강진숙 위원은 “여성 아이돌 악성 댓글 문제를 보여주고자 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MBC는 악성 댓글의 원인과 불편한 진실을 규명한 것이 아니라 SNS와 자극적 기사를 부각시켜 오인의 소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극단적 선택과 연애는 사적인 부분”이라면서 “당사자 말고는 누구도 제대로 알기 어려우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설리 씨가 단순히 최자 씨라는 인물과 사귀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단순하게 연결했다”면서 “문제의식을 희석시키는 방송이며 시청자 설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김진만 MBC 시사교양2부장은 최자 씨와 관련된 방송내용 일부분만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불거졌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방송 전체로 봤을 때 최자 씨 관련 부분의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방송 이후 짤방(자투리 이미지 파일)이 나왔다. 짤방만 보고 전체맥락을 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모든 사태의 시작이 최자 씨와의 연애인 건 맞다”면서 “제작 당시 최자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부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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