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종부세 폭탄"

국세청이 올해 오른 공시가격이 반영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고지하자 언론은 다시 종부세에 '폭탄' '대란' 꼬리표를 달았다. 언론은 수천만 원의 종부세를 낼 수 있다는 보도와 함께 "징벌적 세금 폭탄", "세금 아닌 벌금" 등의 표현을 스스럼 없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 적용 대상과 규모 등을 비춰봤을 때 언론보도는 현실과 크게 다르다. 전국의 주택 소유자 중 종부세 적용 대상은 5% 미만이다. 시세 10억원대 집에는 종부세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시세 30억원이 넘어가는 강남3구의 아파트들도 종부세가 1천만원이 되지 않는다. 1주택자의 경우 60세 이상 5년 이상 거주 시에는 70% 한도 내에서 종부세를 감면 받고 있다. 보수경제지는 자사 기사에서 종부세를 토로하는 주택보유자들이 다주택이나 '똘똘한 한 채'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봤는지 지적하지 않고 있다.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인별(납세자별)로 합산한 결과가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한 과세다. 기준은 주택 공시가격 합산 6억원,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이다. 예를 들어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때 9억원을 공제하고 남은 초과분에 과세를 하는 식이다. 종부세 세율은 주택 수와 과세표준액에 따라 0.5%에서 3.2%가 적용된다.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종부세 논란이 번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언론은 '종부세 폭탄'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머니투데이는 23일 기사 <눈앞 깜깜한 종부세 고지서 "연봉 토할 판">에서 강남3구 주택 보유자의 토로를 집중 보도했다. "종부세가 2000만원 넘게 나와 기절하는 줄 알았다"(반포동 주민), "종부세만 2600만원이 나왔고 남편 것까지 합하면 5000만원"(도곡동 2주택자) 등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이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집값상승 폭은 적시하지 않았다. 시세가 30억원인 서울 서초구 25평 아파트의 올해 종부세는 약 490만원이다. 이 같은 아파트를 3~4채는 보유했을 때나 천만원대의 종부세를 낼 수 있다. 100억대 자산가란 소리다. SNS 상에서 공유되는 해당 기사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하면 종부세로 2천만원씩 내는 부자로 살 수 있을까'이다.

머니투데이 11월 23일 <눈앞 깜깜한 종부세 고지서 "연봉 토할 판">

머니투데이 기사에는 종부세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내용도 있다. 머니투데이는 "다만 일부 생각보다 적다는 사람도 있다"며 한 다주택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에서 겁을 줘서 걱정했는데 그저 그렇다. 아파트값만 총 30억원 정도인데 어떻게 300만원밖에 안 나오느냐"며 "한 채 더 구입했던 아파트 때문에 종부세가 나오는데 4억원에 산 집이 9억원 됐으니 1년에 천만원씩 낸다고 해도 평생 이득"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이 다주택자가 정부 정책을 '비웃기도 했다'고 평했다.

동아일보는 25일 사설 <집값은 정부가 들쑤셔놓고 집주인들에 징벌적 보유세 폭탄>에서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부유세' 취지로 도입할 때만 해도 소수 호화주택에만 물리던 종부세가 이젠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까지 짓누르는 세금폭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재건축을 과도하게 묶고 섣불리 분양가상한제까지 들고 나와 공급 부족 불안심리를 자극하더니 시장에 불이 붙자 종부세와 재산세, 공시지가 인상이란 삼지창을 휘둘렀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세금 아닌 벌금' 돼가는 보유세, 강탈과 다를 게 없다>에서 "종부세 자체가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매긴다는 점에서 조세저항이 크다. 서울에 집 한 채 갖고 있고 연금 외에 소득이 없는 고령 은퇴자들은 불어난 종부세를 '재산 강탈'이라고까지 비판한다"면서 "코로나 경제위기로 대다수 국민의 소득이 줄고 있는 마당에 집값에 따라 오른 종부세와 건보료는 응능부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고령 은퇴자를 앞세웠다.

매일경제는 사설 <종부세 폭탄 이러니 "내집 살며 국가에 월세 낸다"는 한탄 나오지>에서 "조세 저항이 커지고 있는 만큼 종부세 기준은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며 "현재 종부세의 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 단독 명의)은 2009년에 설정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현재 9억 2000만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할 때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기 등의 영향으로 지속해서 오른 서울의 집값을 정당화하자는 주장이다.

이 밖에 <다주택자 되어 보니… "집 팔아 세금은 못내겠네">, <종부세 역대최대 4.27조…15만이 첫 폭탄고지서 받았다>(머니투데이), <고령자·2주택자 '분노'…"우리가 죄인이냐">(한국경제), <강남집 가진 연봉 1억 金부장, 5년후 소득 절반은 종부세로>,(매일경제), <종부세 폭탄 고지서가 날아왔다…목동 60대 "7배 뛰었다">(중앙일보), <월세 100만원 꼴...강남 30평대 보유세 ’1000만원 시대’>(조선일보) 등의 보도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종부세 대상자는 전국 주택보유자 중 3.6% 정도에 불과하다.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인 9억원 이상 집의 90%는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이 중에서도 누진세인 종부세를 많이 내는 곳은 강남3구 고가아파트 정도다.

JTBC는 24일 기사 <1주택자도 '종부세 폭탄' 맞았다?… 인터넷 주장 따져보니>에서 "종부세는 누진세라 집값이 비쌀수록 세금 증가 폭이 커진다. 시세 수십억짜리 집은 과표구간이 높지만, 시세 10억대 아파트는 그보다 과표구간이 낮다"며 "이 때문에 비강남권에선 종부세가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JTBC는 "예를 들어 84㎡, 시세 30억 원인 서초구 아파트의 경우 올해 종부세는 지난해보다 75% 뛴 494만원이다. 반면 같은 면적의 17억짜리 마포구 아파트와 15억짜리 강동구 아파트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대상이 되면서 각기 26만2000원, 10만1000원을 고지받았다"면서 "다만 내년엔 종부세율이 높아지는 데다 공시가격 상승 폭도 커지기 때문에 10억대 아파트 가운데도 종부세를 100만 원 넘게 내는 곳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이미 종부세를 깎아주고 있다. 장기보유 공제, 고령자 공제 등을 통한 감면이다. 만 60세 이상이거나 한 집에 5년 이상 거주 시에 70%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는다. 내년부터는 공제 한도가 80%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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