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저널리즘 토크쇼J> 소속 프리랜서 PD가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라는 글을 올렸다.

23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공식 카페와 페이스북에는 정 모 프리랜서 PD의 글이 올라왔다. 정 PD는 ‘19회 사법농단’ 편부터 합류해 2년 넘게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일했다.

정 PD는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에 대해 알리기 위함”이라며 글을 작성한 이유를 밝혔다. 정 PD는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은 상태”라며 “저를 포함한 2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 달 후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23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공식 카페에 올라온 정 모 PD 글

정 PD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했던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 KBS였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정 PD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영방송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민낯을 본 순간, 저는 어떤 방송사에도 믿음을 가지지 않게 됐다”며 “제가 KBS에서 일했던 시간은, 방송을 만들면서 어떤 방송도 믿지 않게 되는 기괴한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했다. 또한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에 시청자와 제작진의 노력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아서 그 현실이 너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PD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J에서 제가 배운 것들, J가 가르쳐 준 것은 침묵하지 말 것!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 약자들 편에 설 것!”이라며 “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정 PD 글에 대해 KBS는 입장문을 내고 "KBS는 프로그램 제작 시 정부가 마련한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따라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와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며 "계약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개편 논의 과정에서 스태프들의 의사 결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와 연말 편성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개편 결정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KBS는 "J의 개편 방침이 결정되자마자 스태프들에게 개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여러 여건상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프로그램 재개 시 기존 스태프 상당수와 다시 일하겠다는 방침과 스태프가 KBS 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알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전후 맥락에도 불구하고 KBS가 J스태프에 대해 불법적이고 부당한 해고를 한 것처럼 일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KBS가 더 좋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편 작업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J의 제작 스태프들이 개편 프로그램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BS는 지난 19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시즌 2를 마무리한다고 대외적으로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일해온 프리랜서 인력들에게는 프로그램 종료 한 달 전인 지난 17일 “12월 13일 방송이 마지막”이라고 통보했다. 20여 명의 프리랜서 인력 중에는 일주일 출근한 자막 인력, 한 달이 안 된 취재작가, 석 달이 안 된 서브 작가가 포함돼 있다. (▶관련기사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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