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가 주요임원 임명동의제, 노동이사제, 시민참여형 사장공모제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MBN은 자본금 불법 충당으로 '영업정지 6개월' 행정처분을 받은 데 이어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승인취소'와 방송연장명령을 통해 불법을 저지른 MBN 대주주(매일경제)를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MBN 노동자들은 MBN 사측에 엄격한 소유경영 분리원칙 준수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MBN 정상화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스)

MBN지부는 방통위에 "소유·경영 분리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요임원 임명동의제 ▲노동이사제 ▲시청자위원회 개편 ▲시청자 추천 사외이사 ▲시청자 참여형 사장공모제 ▲노사동수 사장추천위원회 ▲MBN 물적분할 불허 등의 의견을 제출했다. MBN 이사회에 노동이사·시청자 추천 사외이사를 두어 대주주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주요 경영진 임명 시 구성원 동의를 받도록 해 '자본금 불법 충당'과 같은 불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MBN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매년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제안해왔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나석채 MBN지부장은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이 고용과 임금에 있어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사측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N지부에 따르면 MBN 경영진에 대한 방통위 재승인 심사 관련 청문회는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MBN지부는 현재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사측에 수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MBN지부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류호길 대표 등 MBN 경영진이 방통위 청문 전에 위기를 극복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상임전문위원은 "집행유예 중인 류호길 대표가 위기국면에서의 방안들을 내놓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 구성원들과의 양자합의 계획서가 방통위 제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양자합의 계획서에 담길 내용으로 이사회 정관 개정을 제안했다. 이사회 정관에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대주주가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사회 정관에 확실하게 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3~2014년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이끈 '종편승인검증TF'에 참여한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회계사)은 지배구조 개선에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MBN 대주주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종편승인검증TF'는 당시 MBN의 주주구성을 분석해 차명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채 전 의원은 "매일경제신문 불법행위를 치유하는 방법은 강력한 조치를 통해 대주주가 과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 주식을 소각해서 치유된 것 같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치유방식이다. 방통위가 영업정지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매각에 관한 것을 추진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MBN은 현재 방송법상 소유지분 제한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방송법 제8조 2항은 대기업이나 신문사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을 합쳐 종합편성채널방송사 주식의 3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20년 7월 기준 매일경제와 특수관계인의 MBN 지분은 32.6%다. 임직원을 차명주주로 활용해 556억원의 자본금을 허위로 조성한 MBN이 검찰 기소 이후 임직원 차명주식을 모두 자기주식으로 인식하고, 불법 자기주식 402만 824주를 소각하면서 방송법상 소유지분 제한규정 위반을 지속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채 전 의원은 대주주 교체를 이뤄낼 방법 중 하나로 매일경제 외에 MBN 지분을 가지고 있는 68%의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 전 의원은 "(MBN 출범)당시 주주로 들어온 분들은 매일경제를 믿고 들어온 것이지만, 68% 주주들에게 '지금까지 대주주 일가에 맡겼을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 당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MBN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며 "MBN은 주식회사이고 주주들의 힘을 적극 활용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채 전 의원은 "현재 기존 경영진은 전부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물러나야 한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경영진이 새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철호 전 SBS 사외이사도 "제 경험이 비춰보면 이 모든 지배구조 개선 제안들은 방통위를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기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방송사는 허가사업임에도 사주를 규제한 경우는 거의 없다.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방법은 대주주를 교체하거나 대주주의 이익을 규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금 편법 충당' MBN에 승인취소 처분을 내릴 것을 방통위에 촉구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채 전 의원과 손 전 이사의 의견은 시민사회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에서는 방통위의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방송법 시행령을 위반한 조처이자 '반사회적 처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승인취소'해야 할 MBN에 감경사유를 적용했고, 6개월동안 방송이 정지되면 시청권과 노동권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시민사회는 '재승인 취소' 이후 1년간의 방송연장명령을 통해 대주주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 입장에 대한 MBN지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나석채 지부장은 "시민사회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방송유지명령 1년 조항에는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지 않다보니 자칫 회사가 붕 뜰 수 있다"며 "경기방송의 경우 대주주가 폐업해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정확하게 대주주를 타깃으로 한 징계가 내려지면 좋겠는데 회사에 징계가 내려져 그 여파가 노동자들에게 오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나 지부장은 "대주주 교체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대주주 교체가 법적 미비 상태로 위험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정확하게 대주주만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노조에서는 그렇게 (승인취소를)주장할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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