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이 18일 ‘말 거는 한겨레’에서 지난주 논란이 됐던 김민식 PD의 글에 대해 언급했다. 이 실장은 “일주일 전의 곤혹스러운 일을 꺼내는 이유는 한겨레가 무엇이 부족했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얼 하려는지 독자에게 알리려는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식 MBC PD는 칼럼 기고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한겨레에 밝혔다.

18일 한겨레 지면에 실린 <독자에게 못 미치는 감수성> 칼럼

이 실장은 저널리즘책무 실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한겨레가 칼럼을 받아 게재하기까지 편집국 게이트키핑 과정에 구멍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널리즘 책무 실장(본인)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사전·사후에 점검해 해당 부서에 알릴 책임이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칼럼이 9일 오후부터 인터넷 한겨레에 올라 있었고, 다음날 신문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이 읽었는데도 내부에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음은 한겨레가 아프게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가정폭력이나 성평등 이슈에 대해 독자가 느끼는 만큼의 심각성에 한겨레가 따라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기사나 칼럼의 어떤 구체적인 대목과 내용이 차별받는 이의 마음을 할퀴게 되는지 감지하고 공감하는 ‘촉수’가 예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그는 한겨레가 외부 필진의 기고 관리를 더 꼼꼼히 하고, 가정폭력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구성원의 인식을 높일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스킹 과정에서 참고해온 성평등 관련 지침 내용을 보강하고 수시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전문강사를 초빙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차별 등 사회 주요 차별 이슈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강의하고 토론해 갈 계획이다. 이 실장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일부 선진적인 구성원의 인식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의 감수성을 함께 키워가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칼럼은 한겨레 10일 자 지면에 실린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김 PD는 진짜 지식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 사용해야 하지만 반대의 경우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자신의 부모님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칼럼에는 아버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내용이 일부 담겼고, 비판 여론이 일자 김 PD는 곧바로 사과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필자와 한겨레의 사과문을 온라인에 게재하고 칼럼은 삭제했다. 다음 날 11일 한겨레 지면에는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임에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외부 필진의 글은 되도록 원글을 존중하는 원칙을 갖고 있으나 이번 경우 그런 이유가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과문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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