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이 12일(목) 개봉을 맞아 7년간 이어져 온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증발>은 20년 전 사라진 여섯 살 딸의 행방을 쫓는 아빠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지난해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2019) 최우수 장편상,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9)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젊은 기러기상 등을 수상하며 탄탄한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데뷔작, 제작기간 7년

영화 <증발> 스틸 이미지

김성민 감독의 데뷔작 <증발>은 2013년 11월 기획을 시작, 개봉까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촬영 기간만 약 4년 8개월. 김성민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촬영을 그만두는 것이 마치 준원이 찾는 것을 그만두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시점이었다”라고 밝혔다. 촬영을 끝낼 시점을 고민하던 중 장기실종수사팀에서 준원 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했고, 오랜 설득 끝에 국내 최초로 실제 재수사 과정을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었다.

촬영을 끝낸 후에도 고민은 이어졌다. 세월과 함께 쌓인 촬영 푸티지 속에서 감독으로서의 책임과 제작 윤리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담아 완성된 <증발>은 마음을 뒤흔드는 임팩트 다큐멘터리의 시작을 알린다.

실종이 아닌 <증발>인 이유

영화 <증발> 스틸 이미지

영화 출연진이자 장기 실종아동 최준원 양의 아버지 최용진 씨는 “실종아동은 가족을 해체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종사건 발생 이후 가족은 한순간 와해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무너져간다. ‘실종’을 대체할 단어를 찾던 중 나온 수많은 단어 중 하나였던 ‘증발’은 최용진 씨를 비롯한 준원의 가족들을 만나며 제자리를 찾았다.

김성민 감독은 “아버지 최용진 씨를 비롯한 준원의 가족들이 기화해서 날아가 존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균열이 서서히 가고 있고 이 균열이 가족과 가족 개개인의 삶을 붕괴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의 제목을 <증발>로 짓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증발>의 제목은 영화의 포커스가 실종 사건이 아닌 20년 동안 고립된 가족의 슬픔을 함께 껴안고자 하는 공감의 시선과 문제의식임을 가늠케 한다.

심리 자문을 병행한 촬영

영화 <증발> 스틸 이미지

<증발>에서는 실종된 준원의 언니 최준선 씨의 심리상담 장면이 등장한다. <증발> 촬영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건을 되살리는 인터뷰였기에 심리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이뤄졌다. 질문의 순서, 질문 내용이 어느 정도 깊이로 점점 깊어져야 하는지, 가족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을 만한 시간적 간격을 두면서 철저하게 진행되었다. 가족들 상처의 깊이와 방향도 각각 달랐기에 더욱 세심하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감독의 전언이다. 또한 편집 단계에서도 실종아동 가족의 삶을 어떻게 보여줘야 그들의 마음을 덜 다치게 하는지 숙고했고, 영화 편집이 끝날 때까지 심리전문가에게 자문을 얻는 데 공을 들였다.

이처럼 <증발>은 고립된 한 가족의 슬픔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슬픔을 공감하고 보듬으려는 일관된 배려와 태도가 빛나는 사려 깊은 다큐멘터리다. <증발>은 바로 오늘 개봉과 함께 우리 사회 치유되지 못한 저마다의 고통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화두를 던지며 극장가를 따뜻한 공감의 마음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7년의 고민과 성찰 끝에 마침내 관객들을 만나는 <증발>은 전국 66개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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