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세현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소식에 "북한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 수석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북핵 문제를 진두지휘하며 정상회담을 진행한 미국의 북핵 외교사 관점에서 특별한 존재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1:1로 상대해줬고, 거래 개념으로 협상을 했는데 전통적으로 미국은 북한을 1:1로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미국은 일종의 징벌적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다뤄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해왔고 문재인 정부의 재임 기간이 1년 반 남은 것과 달리 느긋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이행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속도는 느릴지라도 우리 입장을 미국 정부가 존중해준다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의 TV토론 발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 부의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 위원장을 불량배, 폭력배라고 규정한 것도 개운치 않은 대목인데 핵능력 축소를 약속하면 김 위원장을 못 만날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협상의 결과로서 받아내야 할 일이지 협상 입구에서 그것부터 약속하자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면 (협상) 시작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처럼 ‘전략적 인내’를 택할지에 대한 질문에 정 부의장은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이던 오마바 정부 시절, 8년 동안 지속된 전략적 인내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4번이나 했다는 사실을 바이든 당선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우리 한국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북핵 선해결론’ 때문에 6자 회담을 한 번도 못 했고 그 틈새 시간을 북한이 활용해 핵실험을 4번이나 했다는 뼈아픈 교훈이 있어서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전략적 인내’ 대신 클린턴 정부에서 만든 ‘페리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98년부터 2년 동안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이 돼서 만든 3단계 접근방식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1단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2단계),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3단계) 등을 말한다.

정 부의장은 “페리 프로세스에 북한도 ‘그 정도라면 우리가 미사일 개발, 발사할 것도 없고 핵개발도 더 이상 안하겠다’고 동의했는데 정권이 바뀌어 버렸다”며 “클린턴 정부 말년에 만들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인 페리 프로세스를 바이든 정부에서 다시 한번 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힘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워싱턴DC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정 부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가장 이른 시일 안에 문 대통령이 미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방미 중인 강경화 장관, 통일부 장관 등은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초기부터 추진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UN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이 우리나라가 견지해야 할 방안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정 부의장은 “종전선언으로 들어가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돼야만 비핵화가 된다는 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동아태 차관보가 취임할 때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우리가 서둘러 북핵 문제 해결의 디딤돌을 놓는다는 차원으로 남북관계를 앞세워나가야 한다”며 “바이든이 세게 나가면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부드럽게 나가면 좀 더 기다릴 것이다. 우리가 빨리 바이든 캠프 사람들과 여러 채널링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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