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 변호사와 역사학자 이이화. 둘은 오랜 친구라고 한다.

이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공천혁명이 통합민주당의 울타리를 넘어 여당인 한나라당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는 통합민주당에 피드백이 되어 돌아오는 '선순환(善循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 박재승과 역사학자 이이화의 의기투합이 이뤄낸 공천혁명

우리나라 60년 민주주의 헌정사에 처음 보는 현상이자 이변이다. 가히 혁명이라 할 만하다. 4월 9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공천 혁명으로 난리가 난 것이다. 덩달아 신이 난 것은 국민이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개혁공천'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으나 이는 다분히 선거를 앞둔 자기자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이 다른 정당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기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다.

▲ 조선일보 3월 14일자 5면

불과 4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같은 현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역시 해답은 높아진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과연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다. 우리 국민은 대단한 국민이다. 글자 그대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역동적인 나라다. Dynamic Korea 만세!

여야 정당의 공천 심사 과정을 통해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뉴스는 또한 '정치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임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10년 집권 끝에 야당으로 전락한 통합민주당에서 진행 중인 공천혁명은 그 자체로 정치혁명이라 할 수 있고, 그동안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었던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한 단계 아닌 몇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다.

기자가 보기에,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 진행 중인 공천혁명이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주역이나 동기 혹은 배경 등에서는 차이가 나거나 전혀 다른 것 같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공천심사 주도 세력에서 차이가 있는 듯

우선, 공천혁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주역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지난 13일 영남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심사 결과, 영남권 현역 국회의원 25명이 탈락한 것으로 발표하자, 박근혜 캠프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반발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총선이 임박해 탈당 등 극단적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 이후에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라도 구성할 태세다.

▲ 한겨레 3월 14일자 1면

통합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 사이에서 '계파 나눠먹기 식'이라는 반발이 없지 않으나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같은 두 정당 내부의 파문의 강도 차이는 실질적으로 공천심사를 주도하고 있는 중심 인물이 다르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0년만에 정권을 내 주고 헌정사상 최약체 야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통합민주당의 공천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인물이 박재승 변호사와 오랜 친구인 이이화 선생을 비롯한 이른바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이화 민주당 공천심사 위원, 주역 대가 야산 이 달 선생의 아들

여기서 이이화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잠시 살펴보자.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인 박재승 변호사가 국민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뛰어넘어 '정치 영웅'으로 떠올라 있는 바람에 여론의 중심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것 같지만 눈여겨 볼 인물이 이이화 선생이다.

그를 흔히 '재야사학자'라 부른다. 독학을 통해 역사연구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고 연구업적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이화 선생을 소개할 때 그 자신보다 아버지 야산(也山) 이달(李達 1889-1958) 선생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선친인 이 달 선생은 우리나라 역대 주역(周易) 전문가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가(大家)다. 주역에 '신(神)의 경지'가 있다면 '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달 선생의 수제자가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81세, 현 동방문화진흥회 회장)선생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역연구자 그룹 중의 하나를 이끌고 있다. 이 달 선생과 주역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너무 많아 전부 소개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 달 선생은 주역만 공부하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청정경과 같은 불교 경전과 천부경 등 민족의 성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고 한다.

이이화, 한 번 옳다고 판단하면 못 말리는 불 같은 성격의 역사학자

이 달 선생은 슬하에 이이화씨를 비롯한 다섯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주역 64괘 중 각각 한 괘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이화 선생의 한문 이름은 '이이화(李離和)'다. 리(離)가 주역에서 불(火)이다. 그래서 상하 양괘 모두가 불(火)인 괘를 '이위화(離爲火)'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이화'와 '이위화' 우리말 발음도 비슷하다.

이이화 선생의 한문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이번 공천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기자가 아는 이이화 선생의 성격은 불같다. 한마디로 한 번 옳다고 판단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성격이다. 그런 불같은 성격을 타고 난 것을 미리 알고 아버지 이 달 선생은 아들 이름에 '불(火)'을 주며, 동시에 다른 사람과 화합하는 것에도 신경을 쓰라고 '화합할 화(和)'자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이화 선생은 못 말리는 분이다.

기자는 박재승 변호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다만 이이화 선생이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일을 저지를 것'으로 진작부터 짐작했다.

이 달 선생의 후손 중에서 대를 이어 주역을 연구하는 손자가 둘이 있는데 한 손자는 대전에 살며 호남선을 타고 다니며 전라도 지역에서 주역을 가르치고, 다른 한 손자는 대구에 살며 경부선을 타고 다니며 주로 영남 지역에서 주역을 가르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상득과 최시중, 한나라당 공천심사 실질주도 소문 파다

그런데 공천 심사 주역에 관해 한나라당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민주당과 사정이 다른 것 같다. 나름대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자신들도 공천혁명을 이뤄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한나라당의 실질적인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SS 라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SS 라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국회 부의장)의 '상' 자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후견인(멘토:mentor)으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이름자 ‘시’ 자의 영어 이니셜을 합친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금년 1월 5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문경새재 근처에서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혼자 말처럼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도 하기 전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벌써 세력을 규합하고 과시하는 것에 화가 났고, 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씨를 불러 이재오를 견제할 젊은 사람들을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 세계일보 3월 14일자 사설

그리고 이후 공천 심사 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주도권은 이상득, 최시중 두 사람이 쥐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사용하고 있던 광화문 새안빌딩 21층에 있는 사무실(방 3개)이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기자는 잘 모른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 꿈을 꾸도록 만들고 현실화 하는데 한나라당 내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 2인자로 인식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 공천혁명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 구하기' 노리나?

둘째, 그것과 상관없이 두 주요 정당의 공천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주역들의 숨은 의도는 달라 보인다.

물론 두 정당의 목표는 같을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13일 영남 지역 공천심사 결과 현역 의원 탈락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핵심 실세들이 이른바 '공천 혁명'과 방송 노동자를 비롯한 언론현업 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의 집중 공격 앞에 위기에 몰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를 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4월 총선 열쇠는 여전히 국민이 쥐고 있어

문제는 국민이다. 이런 차이들을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이런 차이가 4월 9일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흥미롭다. 칼자루는 국민이 쥐고 있다.

카오스(chaos) 이론과 복잡계(complex systems)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선거'는 날씨(혹은 기후)와 주식시장, 인간의 뇌(腦)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복잡계로 불리며, 물리학 등에서 발전한 이론으로 이러한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비교, 분석, 예측하고 있다.

정치는 살아 숨쉬는 생물이고 모든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래서 4월 9일 실시되는 총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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