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이 5일 열린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맞서는 대응 전략으로 국내 OTT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당나라 쳐들어왔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싸우고 있어야 하냐”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국내 OTT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시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부 부처는 국내외 OTT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힘을 합쳐 국내 사업자들이 모두 강해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5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 연사로 나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OTT 사업자의 플랫폼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차세대미디어대전)

2017년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한 넷플릭스는 2024년 유료방송 전체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디즈니+ 등 해외 대형 OTT 서비스들이 국내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희주 실장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는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외부의 플랫폼 침입을 막는 을지문덕 장군이기보다는 콘텐츠를 키워 해외로 진출하는 광개토대왕이고 싶다”고 했다.

이 실장은 넷플릭스, 왓챠의 성장 추세라면 10년 뒤 국내 OTT 플랫폼들은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웨이브(Wavve), 시즌(seezn), U+모바일tv, 넷플릭스, TVING, 왓챠플레이가 국내 OTT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이 실장은 “지금은 많은 미디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 일감을 줘 일시적인 호황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점차 플랫폼 수가 줄어들면 콘텐츠 산업의 일감은 궁극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적정 개수만큼은 살아남아야 콘텐츠 산업과 플랫폼이 공생,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는 크게 두 번의 성장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통신사와의 제휴, 즉 LG유플러스와의 만남이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를 통해 망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IPTV 서비스 품질도 확보하게 됐다. 제휴로 인해 LG유플러스의 가입자는 늘었지만, 수수료를 10%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성장 계기는 넷플릭스가 CJ ENM과 JTBC로부터 안정적인 콘텐츠를 공급받게 되면서다. 지난해 두 회사는 3년 동안 드라마 20편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는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실장은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수급받고 IPTV 제휴를 통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만의 전략이 아닌 전 세계 190개 국에서 보이고 있는 넷플릭스의 전략으로 한국의 미디어 시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5일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이 발표한 발제자료 중 하나

이 실장은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 하청업체가 되고 있다”며 “A스토리가 넷플릭스에 <킹덤>을 제공했을 때 그 과실은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로 나타났지 A스토리가 돈을 더 받게 되는 모델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작권 등 콘텐츠 IP 역시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궁극적으로는 하청모델”이라며 “대한민국의 다른 플랫폼들이 하나씩 없어져 가면 결국 넷플릭스만 남을 수 있다는 과대망상이 드는 이유”라고 했다.

또한 이 실장은 “미디어규제는 여전히 지상파 중심”이라며 “레거시 미디어의 숨통을 좀 터줬으면 좋겠다. 위기상황이고 적자로 고전하고 있는데 아직도 기존의 방송규제 틀 안에 갇혀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목에 걸린 목줄을 풀어 넷플릭스나 유튜브라는 호랑이를 사냥하러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오후 7시 이후 유튜브를 보는 이들은 56.7%였으며 지상파방송은 18.6%로 집계됐다. 또한 올 3분기 KBS미디어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신뢰하는 언론매체’ 5위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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