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내년도 지원 예산이 미디어리터러시, 중소기업·지역중소방송 지원, 디지털성범죄 예방 등의 부문에서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방통위의 디지털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예산이 4억 원에 불과해 인터넷상 역기능을 방지하기에 크게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명목으로 4억 원을,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역량강화 명목으로 805억 5300만 원을 편성했다. 방통위 예산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즉 인터넷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쓰인다. 과기정통부 편성 예산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을 통해 디지털 기기 접근성 교육에 쓰인다.

정 의원은 "방통위 예산은 미디어리터러시 위주, 과기정통부 예산은 디지털 디바이스 접근성 위주인데 200배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미디어리터러시와 관련된 자정기능과 관련한 예산이 정말 부족하다"면서 "시청자미디어재단 산하의 센터들이 나름대로 인프라도 구축돼 있고 전문성도 있는데, 예산이 너무 적다.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과기부 지원 업무)내용상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지만, 너무 안타깝다"며 "4억 원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면에서는 자괴감도 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건전한 공론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필요한 예산이다.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은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사업 지원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내년도 '인터넷 환경의 신뢰도 기반 조성 사업' 명목 예산으로 10억 4천만 원을 편성했다. 이 중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운영비는 1억원이다.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은 전·현직 언론인, 시민 등이 참여해 팀을 이뤄 팩트체크 대상을 선정·검증,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정 의원은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에 대해 불편부당성, 공정성, 객관성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는 운영비만 대고,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는 기구들이 있다"면서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인증 등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예산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IFCN 인증을 받은 기구는 80개이고, 대한민국은 JTBC 1개 뿐"이라며 "저희가 추진하는 오픈플랫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IFCN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중소기업 방송광고 활성화 예산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2018년 28억 5천만 원이던 예산이 13억 5천만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코로나19까지 오면서 중소기업들이 힘든데, 효과가 큰 해당 예산이 줄어드는 실정"이라며 "최소한 2018년 수준까지는 예산을 다시 회복해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해당 예산은 지역 중소방송사들에게는 광고재원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쳇말로 '일타쌍피'"라며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이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이냐고 묻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기재부는)방통위에서 왜 중소기업을 지원하냐고 한다"며 "지역방송사에 도움을 주는 취지에, 중소기업 에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부분까지 있어왔다. 중소기업에서는 지상파 도움을 받고 매출이 2배까지 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제협력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디지털성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부처 간 데이터베이스 공조 시스템 예산은 증액됐지만 해외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디지털성범죄물의 삭제·차단은 국제적 협력 없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단순여비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허 의원은 "현실적으로 디지털성범죄물 심의결과를 보면 99%의 범죄물이 해외사이트에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접속차단만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접속차단도 손쉽게 우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 국제공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방통심의위 국제공조 예산이 작년 수준인 8천만 원밖에 불과하다. 이 중 7천 3백만 원은 단순여비"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일회적인 논의만 이뤄지는 수준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이 정도 예산밖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민망하다"며 "불법정보들을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해야한다. 해외사업자 협력을 위한 조직, 인력,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국감 파행건에 대해 사과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과방위 마지막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종료된 데 대해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국정감사 마지막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위원들께 죄송하다"면서 "조승래 민주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와 함께 미래를 열어갈 과학기술 발전과 공정한 언론환경 조성 등 과방위 역할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과방위는 수년 간 국회에서 법안 통과율이 가장 낮은 위원회였다"며 "두 간사와 논의해 과방위가 기피 위원회가 아니라 300명 국회의원이 모두 가장 오고싶어 하는 위원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과 박 간사는 지난달 과방위 국정감사 마지막 날 의사진행 문제로 반말, 욕설 등 다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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